묵상자료 8396.

시편 시 65:9-10.

찬송 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학생시절에는 강의실을 지키고 도서관을 지킨다는 갸륵한(?) 생각에, 거의 매일 치러지는 학생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김누리 교수는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을 향해서 일침을 놓는다. “한국인들은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자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공개적으로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정치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일상의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군중이라는 거대한 물결에는 내맡길 수 있지만, 독립적인 자신은 꼭꼭 숨긴다는 말입니다.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p.34.

 

2.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과 온 세상의 크리스천들을 향해서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셨는데, 그 하나 됨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하나 됨과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 됨에는 많은 간극이 있는 것을 느낍니다. 하나 됨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나 됨에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말씀을 통해서 깨닫는 은총이 있기를 바랍니다.

 

첫째는 하나 됨의 의미를 찾아야 하겠습니다(18:34, 5:29).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하나 됨이란 통일된 하나(unification)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 처럼, 이념적인 동조 내지는 일치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주장은 엉터리입니다. 민주주의에도 공산주의에도 수백 수천가지의 다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통일된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있는 줄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두 가지 말씀으로 이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몸처럼 백체를 가진 인간의 신체에서 하나를 뽑아냈을 때를 말씀하십니다. 이때의 하나는 동일한 백가지 물건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삶을 온통 흔들어놓을 정도의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하나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궁극적인 진리를 이해하고 신뢰하기 위해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 하나의 가치와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가령 하나님의 뜻을 하나도 깨닫지 못할 때 말입니다.

 

두 번째는 다양성의 일치를 말씀하고 있었습니다(11-14).

주님을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계신다는 배경을 염두에 두고 말씀을 살펴야 합니다.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추구하고 있다는 말도 되고, 삶의 내용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졸업 후 50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는데, 학교 책임자들이 학교운영이 어렵다며 아이디어를 부탁하였습니다. 신학 훈련은 목회자가 되는 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목회자만이 아닌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형편도 능력도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의 기본이 되는 신앙훈련을 잘 길러줄 수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그 정신으로 세상을 위해 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신은 바탕이 되고 다양한 능력으로 필요를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융합적인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15-19).

한때 머리가 좋은 S대학 출신들을 기피하는 기업체가 제법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은 잘하는데, 종합하거나 아우르게 하지를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세상에 남아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하나님께 부탁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편 가르기하고, 대립하게 하며, 싸우게 하는 악마들이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기도하시는 하나 됨이란 진리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안에서 서로 고물 없는 떡덩이처럼 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목회할 때, 독일인 로마 가톨릭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성주간 금요일(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날)에는 우리 모든 기독교회들을 떡메로 내려쳐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저도 감동을 받아서 함께 성주간에 강단교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 다름을 선용한 거대한 힘으로 섬김을 실천한다면, 세상은 분명 감동을 받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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