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1717(2006.1.28. 토요일).

시편 99:1-5.

찬송 34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선생님의 <대 숲의 주인이 되다>라는 에세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20, 30, 40, 50대를 살고 있는, 연하의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그러면서 이윤기 선생님은 대나무 화분 이야기를 쓰셨습니다. “2002년 여름, 나무 시장을 기웃거리던 눈에 화분 하나가 들어왔는데, 키가 7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화분이었다. 관리하고 운반하기 좋게 윗부분을 잘라버린 대나무였는데, 그래서인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주인도 값을 만원을 받아야 하겠지만 7천원에 주겠다며 싸게 내주었다. 그런 대나무를 가져다가 글 쓰는 작업실 방 앞의 땅에다 옮겨다 심곤, 거의 잊어버렸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닌 채 이어집니다. “옮겨 심었다. 그리곤 거의 잊어버렸다.”의 뒷얘기는 그렇게 거의 잊어버렸던, 윗부분이 잘린 건강치도 못한 7천 원짜리 대나무 한 그루가 3, 4년이 지난 이제, 어느새 20여 그루의 대나무들로 대나무 숲을 이루었다.” 이었습니다.

   “불과 3, 4년 만에 시간이 일으키는 기적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런 시간의 기적을 3, 40년 전인 2, 30대에만 미리 절감했어도, 지금의 인생의 2부 순서가 얼마나 황홀했을까? 싶어진다. 그러니 지금 20, 30, 40, 50대인 그대들은 그러한 시간의 기적에 대해 무언가 사무치는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이것이 이윤기 선생님의 결론이었습니다. 하잘것없고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을, 엄청나게 키워주고 가능하게 해 주는 시간의 기적, 그 기적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지금부터 우리들 각자의 곁에다 꼭 세워두어야 할 가장 소중한 동반자가 아닐는지요. <KBS FM 1, FM 가정음악, 200613일 방송>

 

2. 초대 교회의 삶의 자리를 충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시련과 박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기독교회가 사람들에게 낯설 뿐 아니라, 오히려 너무 달라서 의심받기에 딱 알맞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히 어렵게 전도되고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이, 또 다시 불신앙으로 일렁거리는 세상 물결에 휩싸여서 맥없이 떠밀러 가곤 하였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른바 이런 배교자들에게 강한 어조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26-31).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성령을 욕되게 하는”(29)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준엄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을 예고합니다(30). 그렇게 함으로 더 이상의 배교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뜻도 있었을 것입니다.

   뻔한 시련과 죽음 앞에 노출되어 있었던 연약한 성도들을 향해서, 사도들은 피맺힌 절규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장면이 눈앞에 그려집니다(32-39). 사도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 후에 그들이 보여 주었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하나 둘씩 회상시켜 줍니다. 그들은 고난에 맞서서 싸웠습니다(32). 그리고 그 아픈 시련을 온 몸으로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33). 이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나약할 대로 나약해진 그들의 신앙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사도는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담대함을 버리지 마십시오. 큰 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35) 그리고 이어서 인내할 것을 간곡히 부탁합니다(36). 그리고 오직 믿음만이 살게 하는 단 하나의 길임도 빼놓지 않습니다(38). 여기서 다시 한번 믿음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미국 유니온에서 신학생으로 공부하던 본회퍼는 자신이 삶에서 바라는 소원이란 나는 신앙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신앙(믿음)이란,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의도를 포기했을 때만, 하나님의 품안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자신이 의지하는 것을 모두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나님을 의지할 테니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삶을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여전히 자신의 생각과 의지와 소유에 매달려 있어서, 하나님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때문이 아닙니까?

 

3. 설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특히 외국에서 살고 계시는 묵상식구 여러분들에게 떡국을 같이 먹자고 권할 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