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301호.
시편 시 73:26-28.
찬송 12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길이면요. 매일 똑 같이 마주치는 풍경이 있습니다. 식당 앞에 세운 트럭에서 식자재를 내리고 받는 두 사람, 빗자루와 쓰레바퀴를 들고 가게 앞을 쓰는 사람 정성스럽게 베이커리 유리창을 닦는 사람, 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교복 입은 학생들. 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첫눈이 내리고 녹아도, 매일 똑 같은 풍경 비슷한 자세입니다. 마치 어제 아침을 복사해서 오늘 아침에 가져다 붙인 것처럼, 똑 같은 모습으로 시작되는 아침. 그래서 이아침이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특별하지 않지만요, 특별한 일 없이, 어제 했던 일을 무사히 오늘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11월 21일 방송>
2. 사순절 둘째 주일입니다. 저는 사순절을 설명하면서, 성육하신 우리 주님의 고단한 삶과 십자가에 달리신 전 과정을, 잘 바라보고 묵묵히 따라 가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삶과 말씀을
보고 들은 대로 사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사도는 그 모습을 <주 안에 서 있는 것>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주 안에 서 있지 않다면,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3:18-19).
제 가슴을 턱 막히게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예수 잘 믿자는 게 부자 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보려는 것이라면 뭐가 잘못입니까? 그렇습니다. 조금도 잘못이 아닙니다. 이른바 기복신앙이 잘못일 수 없습니다. 모든 종교가 기복 신앙적 내용을 아주 많이 가르치는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복신앙은 신앙생활의 첫 단계로써는 매우 적합할 수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병들어서, 이런저런 실패로, 그리고 큰 꿈을 이루려고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 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앙생활의 중심 요소가 되어버렸다면, 잘못되어도 아주 크게 잘못된 때문입니다. 비록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해결할 것이 있어서 교회를 나왔더라도, 계속 그 범주에 머물러 있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성숙한 신앙인, 깨우친 신앙인이라면 주 안에 서 있어야 하는 때문입니다. 주 안에 서 있지 않으면 그리스도 십자가의 원수로 사는 때문입니다.
주 안에 서 있는 것이란, 주님을 삶의 모델로 삼고 사는 것입니다(3:17, 21).
왜 사느냐고 묻는 질문은 약간 유치하다 싶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땅에 목표를 두는 사람과 하늘에 목표를 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으냐고 말입니다. 땅에 목표를 둔 사람은 부지런히 그리고 정직하게 일해서 성공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부자도 되고 높은 사람도 되어서 큰소리치며 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하늘에 목표를 둔 사람은 주님을 모델로 삼고 사는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누구를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주님이시라면 어찌하셨을까 질문해 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며, 실천하기 힘들 때는 주님께 힘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실천하지 못해서 마음 아프면, 죄송하다고 아직 부족해서 그렇다고, 그러니 더 힘껏 붙잡아 주십기오 하고 기도하세요.
주 안에 서 있는 자만이, 천국의 시민입니다(3:20, 4:1).
오늘은 어제의 자식이고, 오늘은 내일의 부모가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으로 둔갑해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 조금씩 조금씩 자라서 꽃이 되고, 오늘 조금씩 조금씩 떠올라 별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거나 좋아질 뿐, 갑자기 변하는 것이란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주 안에 서 있는 생활이어야 합니다. 주여, 주여, 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닿는 장소가 천국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히 11:1은 그 진리를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천국의 시민은 바라는 것을 품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 희망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천국의 시민은 사랑의 의미와 감격을 배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랑을 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제 더 이상 천국을 그리며 살지 않습니다. 바로 천국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습니다. 천국의 사람처럼 말하고, 천국의 사람처럼 사랑하면서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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