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358(2013. 4. 22. 월요일).

시편 시 86:11-14.

찬송 5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인연(因緣)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자연(自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자연은 인연의 사슬에 메어 있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니까요. 스스로 그러한 대로 꾸밈없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삶. 노자와 장자가 인간의 이상향으로 믿었던 것이, 바로 그런 무위자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향이란 언제나 그렇듯, 현실의 반증이지요. 앞서의 말들은 인연의 사슬을 끊기 힘들다. 스스로 그러한 대로 꾸밈없는 대로, 있는 그대로 사는 것도, 참으로 힘들다 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삶이 과연 무위자연일까요? 은희경의 소설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 친구 중에는 세상의 인연이 다 번뇌라며, 강원도 어느 절로 들어가다가, 시외버스 안에서 군인 옆자리에 앉게 돼서, 두 달 만에 결혼한 애가 있다.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일수록, 마음 깊이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지치고 버겁다 못해서 지겨워서, 이도저도 다 놓아버리고도 싶을 때도 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도. 사실은 마음 깊이 이런들 저런들 만수산 드렁 칡처얽혀 사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게 삶의 굽이굽이 돌고 돌다가, 어느 모퉁이에선가 표시 안 나게 숨어 있던 보물 같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면, 함박웃음으로 감사하게 맞아서, 한바탕 신나게 놀 일입니다. 그저 여기에 지혜를 하나 보탠다면, 인연을 자연으로 대하는 일이겠지요. “그저 해와 달이 쉬지 않고 운행을 계속하듯, 오는 인연 마다않고 가는 인연 연연치 말아야지. 순리로 받아들여 순리대로 보내면 되는 것을. 너의 마음에 아무 것도 들이지 않고, 너의 생각에 엉킨 집착도 없이, 천명에 순응하여 천명으로.” 이렇게 말했던 연암 박지원의 말 처럼요. 그리고 때론 그렇게 나를 찾아와서 즐겁게 해 주는 인연이, 꼭 살아 있는 사람만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44일 방송>

 

2.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나, 또 다른 안식일인 주일을 지키는 기독교인에게 있어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주일을 소홀히 하면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주일이 되면 한숨을 돌리며 품위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책장에 꽂혀 있던 성경과 찬송가를 꺼내들고 가족과 함께 교회당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직 하나님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이긴 하지만, 예배 순서 지를 훑어보며, 오늘의 설교 제목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봅니다. 유대인에게 안식일은 무슨 날이었을까요? 그리고 오늘의 기독교인들에게 주일은 어떤 날일까요? 모세는 출 20장에서 십계명을 낭독하면서(20:3-17), 안식일에 관해서 가장 많은 주의와 당부를 하였습니다(8-11). 중요한 날이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명령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기서 거룩하게 라는 말은 구별되게 혹은 다르게 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안식일이나 주일은 한 주간의 다른 여섯 날들과는 다르게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모세는 엿새 동안세상일에 전력을 다하는 날로, 그리고 안식일 혹은 주일에는 세상일을 하지 말고, 쉼을 가지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날로 보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20:9-11). 그런데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으로 39가지 보조 율법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명령도 아니고 하나님의 뜻도 아니었습니다. 그 보조 율법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점에서 질문이 생겼습니다. 마치 안식일은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39가지 보조율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정죄하는 일에 사용하였습니다. 만일 안식일이 사람들을 쉬게 하려는 목적에 올인 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배고프고 병든 사람들까지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참된 안식일 제정의 목적일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기독교인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 함은 무슨 의미일까요?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배워서, 세상 속에 들어가 기독자로 살아가는 신앙적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일을 지킬 이유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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