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평안하셨기를 기도합니다.

 

올 여름도 쉽게 그 열기를 누그러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기는 탄산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상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극해와 북극해의 빙산이 엄청난 속도로 녹아내리는 것도 크게 일조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위험한 현상에 대해서 뒷짐을 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미국은 옛날의 미국이 아닙니다. 

말로는 동맹 동맹 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보다 더 못한 모습을 취합니다.

더 이상 약한 사람들이 기대하고 희망을 걸만한 이웃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서글프기만 합니다.

적어도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라 해서 세상의 약한 사람들이 의지해 왔는데 말입니다.

 

사랑하는 L 장로님 !

오늘 저는 요즘 정치권에서만이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토착 왜구>라는 말을 주제로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수출 효자라고 불러왔던 반도체 산업에 큰 위기가 왔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세계 시장은 자유 무역주의로 일종의 분업구조로 재편되고 있었다 합니다. 

가령 기초 소재를 만드는 나라가 있고, 

그 소재를 받아서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가 있으며, 

그 반도체를 받아서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런 분업 체계는 상생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질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초 소재를 만드는 나라인 일본이

그것을 수입해서 반도체를 만드는 한국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세계적으로 다져진 분업구조가 무너져버리게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 기초 소재가 있어야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한국이 먼저 불똥이 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출규제라는 초강수를 끌어낸 일본은

한일간의 정치적인 문제 곧,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을 따져서 옳고 그름을 시비해 보자는 것이 오늘 제 편지의 의도는 아닙니다.

이런 한일간의 갈등을 겪으면서 불거진 문제가 토착왜구라는 뜻밖의 용어를 접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L 장로님 !

저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연구 결과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일본을 변호할 뿐 아니라 일본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하는 말을 몇 마디 옮겨보겠습니다.

"일제 36년은 굴욕과 착취를 당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제 징용은 없었고, 아시아를 깔보는 서양에 맞선 성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위안부는 없었고, 성을 팔아 돈을 번 창녀들이 있을 뿐이다."

"쌀은 수탈당한 것이 아니라 수출을 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고 놀라운 것은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서울대 교수, 성신여대 교수, 부산대 교수 등

대학에서 가르치는 제법 알려진 학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아니라 아니라 하면서도 친일에 매우 가까운 발언들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가 분열된 것은 반민특위가 생긴 다음이었다."

"<반일, 종족주의> 책으로 무장해서 열심히 일하겠다."

"나는 토착왜구이다."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데 놀랐습니다.

 

일본의 위력에 어쩔 수 없어서 친일을 한 사람들을 시대를 잘못 만난 때문으로 알고 동정을 했었는데, 

나라가 독립한 이런 대명천지에 일본 편에 서서 엄연한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말입니다.

모두가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고치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까?

 

제가 가르쳤던 교우 한 분이 애국가 가락을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 행각를 밝히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합니다.

나름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내 교우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음악을 전공한 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처지에 애국가를 불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돌아온 대답은 그냥 조용히 덮어 두자고 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해 오지 않았느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은 제헌 국회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헌 국회가 생긴 것이 1948년 7월 17일이니까, 겨우 70년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수 백년 수 천년을 친일파, 그것도 적극적으로 친일행각을 한 자가 작곡한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까?

바로 잡아야 합니다. 반드시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 후세들이 바른 역사를 알아야 하고 배워나가야 민족 정기가 바르게 세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 기록으로 나타난 것만 해도 안익태는 용서할 수 없는 적극적인 친일파입니다. 

그런 사람이 독립투사들과 함께 1977년 7월 8일부터 동작동 현충원에 묻혀 있습니다. 

 

사랑하는 L 장로님 !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서는 고쳐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입니다. 

잘못을 알고서도 아닌체 모른체 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도 흑역사를 찬양하는 그런 어리석은 민족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너무 갑작스러운 편지를 받으시고 놀라셨을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지혜롭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평화 !

 

박성완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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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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