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770(2019. 11. 29. 금요일).

시편 51:1-3.

찬송 22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붉게 물든 잎들이 다 졌어도, 여전히 붉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채, 겨울을 맞는 나무가 있습니다. 붉은 단풍잎을 떨어트리고,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마가목입니다. 마가 목은 한자어인데, 뜻이 하나가 아니고 여려 개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식물 분류학을 개척한 정태현 선생은 마아 목이라 했습니다. 말 마 어금니 아 나무 목자를 쓰는데, 4월쯤 연녹색 새순이 나올 때 보면 영락없습니다. 누가 봐도 말의 어금니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마아 목이었는데, 세월을 먹고 마가목이 됐습니다. 이름은 무조건 부르기 편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이나 <물명고>에는 마가 목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가는 개오동나무 개자로, 나무가 값진 개오동나무라는 뜻입니다. <열하일기>에는 집 가자를 써서 마가 목, <홍재전서>에는 더할 가자를 마가 목으로 적혀 있습니다. 음은 같고 뜻만 다른데, 아무튼 말하고는 인연이 깊어서, 이덕무가 쓴 <청장관 전서>에는 마가 목으로는 채찍이나 지팡이를 만든다고 적혀 있습니다. 특히 지팡이를 만들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종직이 쓴 <두류기행록>이라는 책에는, 숲에 마가목이 많아서 지팡이를 만들 만하기에 베어오게 했더니, 잠시 사이에 한 묶음이 가득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가지로 지팡이만 짚고 다녀도 허리 병이 낫는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한 손에는 팔뚝 굵기의 마가 목 손잡이로 된 짧은 채찍을 쥐고, <열하일기>에 나오는 중국 변방 병사 모습인데, 들고 있는 채찍 손잡이가 마가 목 손잡이라고 정확하게 묘사 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단해서 값진 나무 같습니다. 아궁이에 일곱 번을 넣어도 다 타지 않는다. 이런 옛말도 있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61128일 방송>a.

 

2. “수난에 대한 세 번째 예고(17-19)”섬기는 자가 다스린다(20-28)”을 읽었습니다. 수난 예고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는 문선명 식의 어리석은 해석을 차단하는 말씀이라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처음부터 십자가 사건이 포함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십자가를 통해서 인류의 죄악을 용서하시고 구원하신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런 구원 계획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말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요즘 우리 교회는 섬긴다는 말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입에 바른 립서비스로 말입니다. 그러니까 섬긴다는 말을 통해서 다스리려는 추한 속셈을 감추고 있다고 말입니다. 정신을 조금만 차려도 이런 현혹하는 수법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에 기름지고 윤택한 삶을 살게 해 주시고, 힘든 삶을 사는 이웃을 섬기게 해 달라.”는 모순적인 기도를 들은 일이 있는데,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기도가 버젓이 우리들 교회 안에서 드려지고 있습니다.

   섬긴다는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하나님이 주시지 않아서 도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도를 들어보신 적은 없습니까? 상당히 많은 실례를 들 수 있습니다. 가진 게 넉넉지 않으니까 줄 게 없고, 건강하지 않으니까 열심히 살 수가 없다는 말도 그런 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역시 조상 탓입니다. 섬김이란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신의 삶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입니다. 톨스토이처럼 많은 땅이 있어 농노들에게 나눠줄 수가 없습니까? 섬김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하는 일입니다. 없는 것을 핑계대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부산 YWCA에서 성경반을 두 클래스 지도하고 있을 때, 미국인 선교사 한 분을 특강에 초대했습니다.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학생들 앞에서, 그 선교사는 섬김의 참 의미를 삼각형 두 개로 설명했습니다. 밑면이 넓은 삼각형은 출세지향적인 인생살이이고, 밑면이 삼각형의 꼭지이고 윗면이 넓은 경우일 때가 참된 섬김의 인생살이라고 말입니다. 얼마나 쉽고 정확한 설명입니까? 가장 높은 자리를 향하는 소위 머리가 될 지언정 꼬리가 되지 말게 해달라는 식은 출세 지향적인 삶이고,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모든 사람을 섬기려는 자세야 말로 참된 섬김의 삶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만나게 될 천국은 어느 모습일까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과연 천국을 향해 가는 걸음일까요? 기독교 신앙을 출세의 도구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