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069호(2020. 9. 23. 수요일).
시편 시 106:1-3.
찬송 34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수영씨 보세요> 지금 이맘때쯤 수영씨는 어디쯤에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도서관 창가 자리 쪽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까? 아니면 손님이 적은 어느 커피숍 구석자리에서 뭔가를 쓰고 있을까? 하루에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요즘의 제 즐거움이고 한편으로는 제 쓸쓸함이기도 하지요. 그럴 때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자리가 된 수영씨의 옛 자리를 건너다보게 되고, 그럴 때마다 제 소심함을 계속 확인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문득 이렇게 용기를 내 봅니다. 처음 수영씨가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눈앞이 아득했었지요. 그에 비하면 요즘의 제 쓸쓸함은 그런대로 견딜 만합니다. 회사의 방침은 아니지만 간혹 여자 사원들은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곤 했으니까요. 아, 역시 그랬었구나. 곁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나 담담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구나. 애써 이렇게 위로해 봤지만, 참 견디기 힘든 며칠이었지요. 그런데 1차 2차 3차까지 갔던 고별식 자리에서, 그게 저만의 오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상하게 가슴이 뛰더군요. 소심하기 그지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한번쯤의 기회는 주어진다는 희망의 징조를 느꼈다면, 역시 김치 국부터 마신 셈일까요? 2년 동안의 회사 생활을 접고, 앞으로 2년 동안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매달려 보겠다고 했었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일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요. 그래서 단 한번만이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용기를 냈다고, 조금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말할 때, 수영씨의 얼굴 참 용감하면서도 귀여웠습니다. 수영씨, 추신으로 시 구절 첨부합니다. 요즘의 제 마음 같은 구절이예요.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작 없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5월 28일 방송> a.
2.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계신 분(48-59절)”을 읽었습니다. 성경 해석 방법 중에는 역사적 해석 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은 성경 자체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말씀이니, 이런 배경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해석자의 역사적 배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런 역사적 해석 방법을 적극 지지하고 저 스스로로 그런 방법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까 성경은 진리이니까 모든 배경에서나 동일하게 진리라는 대담한(?) 용기를 가지고 진공상태나 문자적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의 일화를 문자 그대로 현대에서 적용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성경의 일화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현대시대에서는 말도 꺼낼 수 없는 악법이고 악습입니다. 성전세인 <반세겔>을 거두기 위해 성전 안에 환전상을 두었던 일화도, <고르반 전통>을 악용한 시대상을 고발한 일화도 모두 역사적 해석만이 그런 진리들을 밝힐 수 있는 성서해석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 역시 난해한 성경말씀 중 하나입니다. 2천 년 전에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다는 33살 정도의 젊은 예수님의 얘기를 동시대의 유대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이 말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상식적인 얘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영역인 이성과 하나님의 영역인 믿음 사이에는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이런 하나님의 영역 앞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투덜대는 일조차 없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께서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다는 말씀들, 마리아의 성령 잉태 일화와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십자가와 부활신앙을 믿고 있는 때문입니다. 동시대의 유대인들에게는 황당무계한 말씀이었겠지만, 성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하나님의 일하심을 믿어야 할 일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으셨다는 말씀을 믿는 우리로써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에 계셨던 주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역사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퍼즐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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