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415(2021. 9. 4. 토요일).

시편 시 28:1-3.

찬송 22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영감을 얻은 곳은 요양 중이던 곳의 호수가 산책길에서 이었습니다. 40대가 눈앞이던 그는 당시 최악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루 살로메를 잃은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건강이 더 나빠졌지요. 절망뿐인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극심한 절망과 고독 속에서 산책을 하던 어느 날, 그의 머릿속으로 문득 독특한 주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그 주제를 몰두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요. 그 소설이 바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소설책이었지요. 온통 철학적이고 시적인 잠언들로만 가득 찬 소설이자, 가장 난해한 소설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니체는 훗날 그 책에 대해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그 책이야말로 독보적이며 인류가 지금까지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그 말은 맞았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어느 책에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힙니다. 그런 위대한 작품에서 니체가 한결같이 주장한 것은, 그대가 오직 그대 삶의 주인공이 되라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람을 무조건 따라하거나 소인배들의 하잘 것 없는 험담 따위에 흔들리지 말로, 오직 그대만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독한 시간을 자처할 줄도 알아야 하고, 고독 속에서 보다 넓고도 묵묵한 자신만의 세계에 귀기우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한 마디. 오늘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나의 벗이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나는 그대가 위대한 사람들의 소음으로 귀가 멀고, 보잘것없는 소인배들의 침에 의해, 온 몸을 찔리고 있는 것을 본다. 다시금 그대가 사랑하는 나무처럼, 무성한 가지를 뻗은 나무처럼 되어보라. 그 나무는 말없이 귀를 기우리며 바닥위에 기대고 있다.” 한마디에 물들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592일 방송>b.

 

2.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1-2)”재난의 시작(3-13)”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자신의 혼과 얼이 서린 조국이 망하게 될 것을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사랑하는 교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그렇게 말하는 경우라면, 그 사람은 자신의 조국이나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너무 사랑하는데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막말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이 돌멩이 하나도 제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리라고 예언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은 주님께서 성전을 나오시면서 한 제자의 얘기를 들으시고 한 말입니다. “선생님 저 돌이며 건물들이 얼마나 웅장하고 볼만 합니까?” 라는 말에 대한 대답이셨습니다. 우선 주님의 예언은 그로부터 정확히 40년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른바 주후 66-70년에 있었던 유대와 로마와 사이에서 벌어진 유대전쟁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돌 하나가 다른 돌 위에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유행가 가수 현 인 씨가 부른 <황성 옛터>처럼, 옛 영화만을 어림잡게 하는 유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페루 안데스 산의 마추픽추,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 이집트 아스완의 아부심벨, 중국 지린 성 지안의 광개토왕릉비 등인데, 그저 그 시대의 영화를 짐작만 할 뿐 인간의 자취의 무상(無常)함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자랑삼아 얘기하는 명승지나 빼어난 작품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그것들 역시 머지않아 무너져 내리고 사라져버릴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런 것들에 우리의 열정과 심지어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잘 사용하면 그만인 한낱 도구들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비교적 실용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집이란 것도 비바람을 피해주고, 모기가 괴롭히지 않고, 찬물 더운물이 잘 나오고, 전기는 잘 들어오고, 감나무나 모과나무엔 열매들이 열리고, 꽃밭에는 꽃이 차례로 피어주고, 잔디는 파랗게 잘 자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경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수십 종의 꽃들을 해마다 심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적당히 잡초도 있어 소일거리를 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성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배를 드리는 동안만 필요한 도구들입니다. 예배는 제대로 드리지도 않으면서 닦고 쓸고 칠하고 야단법석을 떨지 말자는 말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성전까지도 언젠가는 돌멩이 하나도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무너지고 말리라고.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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