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420호(2021. 9. 9. 목요일).
시편 시 29:7-9.
찬송 28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지도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자연 지리부도 책이며 지리에 관한 책도 읽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다녀온 여행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됐지요. 역시 아는 게 힘이었습니다. 더불어 깨닫게도 됐습니다. 여행은 갔다 온 것으로 끝이 아니구나, 갔다 온 다음부터 오히려 그곳으로의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기도 하는구나. 그곳을 담은 지도나 역사나 여행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입니다. 그러니 여행은 한 번 가면 세 번을 가는 셈입니다. 가기 전, 갔을 때, 그리고 다녀와서. 한 번의 여행이 그렇게 세 번의 새로운 여행을 선물하니, 그래서 여행은 마음을 그토록 풍요롭게 하나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어제도 지도가 많은 지리부도 책을 하나 사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중간에 열다섯 페이지쯤이 거꾸로 제본 돼 있었습니다. 처음엔 기분이 좀 나쁘면서 서점에 가서 바로 교환할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문득 그 자체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돌발 상황 같았습니다. 예상과는 정 반대의 길을 안내하기도 하는 것, 사물을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하게도 되는 것이 여행의 본질과 닮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거꾸로 돌려보면서 오히려 혼자 즐거워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이렇게 해주는 것도 자기뿐일 거다. 여행후의 여행을 더욱 크게 즐거워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8월 23일 방송>b.
2. “최후의 만찬(12-26절)”을 읽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역사를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는 민족이라 하겠습니다. 그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그 의미를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깨달은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올려진 전통은 그들 민족의 조상들이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다가 해방을 맞게 된 역사적 사건을 그 정신 뿐 아니라, 그 방법까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전 1,500여 년 전 유대 지도자 모세는 자기 백성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광야에 나가서 자신들의 하나님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이집트 왕에게 요구하는데, 이를 거절하자 10가지 재앙이 내릴 것을 예고하고 그 마지막 재앙이 이집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짐승들까지 첫 아들과 초태생을 죽게 하는 재앙으로 마침내 허락을 받고, 이것이 유대민족이 노예생활에서 해방되는 저 유명한 유월절(해방절)이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첫 번째의 유월절에 시행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그 다음부터는 그대로 재현하는 명절로 지킨 것입니다. 유월이란 “건너뛰다.”라는 의미인데, 10번째 재앙이 이집트의 장자와 초태생을 죽이러 온 천사들이, 대문의 기둥에 양의 피를 뿌린 집은 들어가지 않고 건너 뛰어감으로 유대인들의 집에는 재앙의 손길이 닿지 않게 한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같은 밤에 유대인들은 누룩을 넣지 않은 딱딱한 빵을 먹고, 대문에 피를 뿌렸던 그 양으로 마지막 식탁을 가졌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유월절이 되면 가장 먼저 유월절 식탁을 갖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 전통을 우리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이라고 알려진 식탁을 통해 계승하신 것입니다.
마지막 만찬으로 불리는 유월절 식탁은, 물을 길러 나온 한 이름 없는 예루살렘 성 안의 여인네 집에서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만찬에서 주님은 당신을 배신할 제자가 누군지를 밝히십니다.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동참했던 제자들은 그가 누군지를 잘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식탁에서 저 유명한 오늘날 성찬예식의 근거를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유월절이라는 명절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해방 사건을 기념할 뿐 아니라, 앞으로 오게 될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일깨워주신 것입니다. 곧 그들이 먹게 된 빵은 우리 주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주시는 당신의 몸을 상징하고, 또 함께 마실 포도주는 주님께서 우리를 살려주시려고 흘리신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성찬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이 귀한 의미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받아먹으라. 이것은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받아 마시라. 이것은 너희를 위한 내 피다.”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화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주님이 주시는 몸과 피를 먹고 마십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저는 새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유월절 만찬은 교회가 이 땅위에 존재하는 한 쉬지 않고 지킬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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