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34(2023. 5. 16. 화요일).

시편 시 139:8-10.

찬송 37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흔히 요즘에 교육제도를 비판할 때, 교육의 현실과 이상에 차이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대하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소설을 문학작품으로 먼저 접했더라면 조금 더 빨리 문학에 흥미를 가졌을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비유나 상징이나 이러한 것들로 작품을 분해하기에 앞서서 말이지요. 한 강연장에서 시인 신경림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막연하게 어딘가 가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대화를 하고 싶을 때, 그럴 때 시를 읽으면 재미있다.” 시인 신경림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던 시가 바로 이 시입니다.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스란 푸른 하늘, 뜻 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습네. 눈물 도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스라여, 너무도 아스라여.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 아시련만. 마음이 가는 웃음 한 때라도 없더라나. 아스란 하늘아래 귀여운 맘, 즐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대. 감기었대.”

    시를 우리의 가곡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시어가 바뀌는 일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바꾸는 일도 있습니다만,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서 곡의 분위기를 위해 시인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곡에서는 당시 쓰이던 옛 한글을 현대적으로 개설을 하고, 마지막 내 눈은 감기었네의 시의 끝나는 시의 끝 구절을 내 눈은 감기었대로 바꾸었습니다. 본래 시 제목 역시도 <언덕에 바로 누워> 지만, 곡의 제목은 <언덕에 누워>지요. 시의 사색적인 분위기와 격정이 또 하나의 언어인 음악으로 잘 담겨져 있는 곡입니다. 김영랑 시 윤양섭 곡 <언덕에 누워>였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516일 방송>

 

2.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19-27)”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세치 혀 때문에 희망을 갖기도 하고 절망을 품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가령 교사나 목사는 말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하고 말하라는 격언이 생기기까지 하였을 것입니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삼사일행(三思一行)이 바로 그런 말들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말을 빨리 그리고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상처가 되어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게까지 만드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저 역시, 실패자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든지, 소소한 어려움을 참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권고를 하였는데, 신중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성경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던 것인데 그게 어떤 성도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고, 이사를 핑계로 교회를 나오지 않게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모친은 그 일을 두고 죽는 순간까지 후회하며 제게 미안함을 전해오셨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비수처럼 남의 심장을 찌르는 언행을 멈추지 않는 사람과는 깊은 교제를 삼가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생각한 것 같습니다.

    구약의 잠언서를 금과옥조와 같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야고보서 역시 그런 말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행여나 지푸라기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무리 자신의 강조점과 대치 점에 있는 말씀이라 해도 말입니다. “듣기는 빨리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마십시오.”, “듣기만 하여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자기 혀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셈이니, 그의 신앙생활은 결국 헛것이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떳떳하고 순수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아 주며, 자기 자신을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사람입니다.” 구구절절 마음에 새겨둘 말씀입니다. 우리도 유대인들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침마다, 혹은 저녁마다 들려줄 가치가 있는 말씀입니다. 제가 여러 번 읽었던 미국의 교육학자 레오 바스카 글리아의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는 매일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그날 배운 것을 가족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합니다. 글리아는 이탈리아 이민 1세대인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훌륭한 교육자라 꼽고 있었습니다. 힘든 환경속에서도 배운 것을 나누고 실천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3. 어제 친구들과의 만남 중 백미는 추억 소환시간이었습니다.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소확행은 대단했는데, 저의 스크렙북이 그 역할을 충실하게 맡아 주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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