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183(2023. 10. 12. 목요일).

시편 시 23:1-3.

찬송 48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낯익은 향기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녹음이 짙은 나뭇잎 사이로 작고 노란 열매가 눈에 들어왔는데요.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까 유자더군요. 유자나무의 생김을 처음 알았습니다. 갓난아기 주먹만 한 유자가 인심 좋게도 두 세 개가 한꺼번에 달려 있었는데요. 좀 작더라도 정원이 있는 집에 산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원에 이러한 유실수를 하나 둘 심어 둔다면, 매일 이러한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 더 많아질 것도 같더군요.

    봄 꽃소식은 남쪽에서부터 전해 옵니다. 그런데 이 가을,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단풍의 소식은 북녘에서 서서히 내려가게 되지요. 조금 높은 곳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본다면, 그리고 1년을 좀 더 빠른 속도로 돌려본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꽃이 남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해 온 나라를 덮는 모습이나, 북쪽에서 나뭇잎이 노랗고 붉게 물드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에 형평성을 기하는 듯도 합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것에도 치우침 없이 남쪽과 북쪽, 그 시작과 끝을 다르게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011일 방송>

 

2. “엘리사의 한 제자가 예후를 기름 부어 왕으로 세우다(1-13)”예후의 반역 : 여호람, 아하시야, 이세벨의 죽음(14-16)”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유대 사회에서 왕과(삼상 9:16) 선지자(왕상 19:16) 그리고 제사장을(28:41) 임명하는 것은 하나님의 권위로 행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엘리사가 제자 한 사람에게 여호사밧의 아들 예후를 찾아가서 그를 골방으로 데리고 가, 그에게 야훼의 선언이다. 내가 너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운다.”고 하며 기름을 붓습니다. 그렇게 한 후에 빨리 도망쳐 나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예후에게 몇 가지 소명을 주었습니다. 이세벨의 손에 죽은 하나님의 예언자들과 모든 종들의 원수를 갚는 것이었고, 아합의 가문에 속한 모든 남자는 종이든 자유인이든 씨도 남기지 말고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아합의 군 지휘관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고, 그들은 예후를 찾아온 선지자의 제자가 무슨 말을 하고 갔는지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예후는 있는 그대로 일러주었고, 그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겉옷을 돌층계에 깔고 예후를 그 위로 모시며, 나팔을 불며 예후가 왕이 되셨다.”고 외쳤습니다.

    예후는 북왕국 제10대 왕이 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일종의 혁명가로 일생을 살았던 왕이었습니다. 우상 바알을 섬기며 야훼의 예언자들과 하나님의 종들을 무참히 살해한 아합 가문을 진멸하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합과 친밀하게 지냈던 남왕국 유다와 아하시야를 살해하였고, 이세벨을 죽였으며 아합의 왕자 70인을 살해하고 아합의 권속들을 진멸하였고, 유다왕 아하시야의 형제 42명을 살해하였고 바알 숭배자를 죽였으며 바알 신당을 훼파하였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베델과 단에 있는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여로보암의 죄에서는 떠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10:29). 우리에게 흥미를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예후를 왕위에 세우는 기름부음을 공개적으로 아닌 비밀리에 행하였다는 점입니다. 사울이나 다윗을 왕으로 세울 때는 공개적으로 기름 붓는 의전을 행한 것에 반해서, 주위에 많은 군 지휘관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골방으로 들어가서 기름을 붓고 소명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예후는 우상숭배로 시작한 북왕국 이스라엘에서 그것도 아합왕국의 군대 장관으로 일하고 있었던 환경에서,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활동하는 것은 배신과 혁명이라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랜 세월동안 굳어진 우상 숭배와 그 절정을 달리던 아합과 이세벨의 세력을 응징하고 바로잡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피의 숙청을 수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알이라는 우상숭배자들을 진멸하면서도 그 자신 역시 금송아지 숭배를 숭배하는 위선과 이중적인 신앙을 소유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온전한 순종이 아니라, 자신의 왕권을 누리기 위한 얄팍한 술수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예후는 B.C.841-814년까지 약 28년간 통치하고 이후 100여 년간 예후 왕조를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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