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300(2024. 2. 6. 화요일).

시편 시 44:9-11.

찬송 44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노산 이 은상은 육당 최 남선 가람 이 병기와 함께, 당대를 호령했던 시조시인이었습니다. 한 때 국문학자 양 주동이 그를 두고 뛰어난 문인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재라 칭송할 정도로, 노산의 재능과 기개/氣槪는 뛰어난 것이다 전합니다. 노산은 당시 동서 문인들 가운데 드물게, 다작을 한 시인으로 손꼽히지요. 덕분에 그가 남긴 작품은 2천여 수/에 달합니다. 소월과 더불어 우리가 가곡 안에서 그의 시조를 자주 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가고파> <봄처녀> <성불사의 밤> 이 같은 노산의 시조들은, 시조라는 문학의 장을 접하기 쉽지 않는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외로운 악성 우륵 가얏고 당겨 안고/ 고국 정하늘 열두 줄에 울릴 적에/ 심장의 피 끓는 소리도 섞여 들었으리라/ 승패를 묻지마오 신 장군 그 죽음/ 몸이야 천길 절벽에 솟구쳐 떨어져/ 그 넋은 만고에 남아 울며 외치오리다

    이 은상은 시조시인이자 한학자였습니다. 이 두 가지 분야에 대한 노산의 시조는 탁월한 것이어서, 그의 시조는 동세대 다른 이들이 담아내고 있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의 시조 안에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륵과 장군 신립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시 <탄금대>를 비롯해서 <마의태자> 같은 작품들이 그러했습니다. 역사적인 명소에 서서 눈앞에 그려지는 풍광을 통해 그곳의 지난날을 모두 되짚어 가는 듯, 이은상의 시조는 시각적이었습니다. 흔히 서정가곡이라 부르는 가곡류와는 조금 다릅니다만, 노산의 문학작품 특유의 남성적이고 중후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작곡가 김 동진이 충무공의 이야기를 담은 <한산섬>과 더불어서 1968년 가곡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가곡으로 이 은상시 김 동진 곡 탄금대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26일 방송>

 

2. “간음한 여자(1-11)”을 읽었습니다. 때는 초막절을 보낸 후 며칠 되던 날 예수님은 성전에 오셨을 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자리에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치 기다리기라도 하듯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들린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는데, 모세의 법에 따르면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서 죽이라 했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말입니다. 모세의 법을 문자적으로 따라서는 죽이라 해야 옳지만, 예수님의 법에 대한 이해와 현실 인식은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른바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인 것입니다. 주님은 몸을 굽혀 땅바닥에 무언가를 쓰셨다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인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글자인지 그림인지 모를 흔적이 바닥에 새겨져 있었는데, 그걸 주님이 쓰신 것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광신자처럼 보였습니다. 한참을 앉아계시던 주님은 고개를 드시고,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치라고 하신 후, 또 다시 몸을 굽혀 땅바닥에 무언가를 쓰셨다 했습니다. 마침내 고발하던 사람들도 구경꾼들도 떠나버리고 주님과 그 여자만 남았을 때,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으니, 다시는 죄를 짓지말라고 말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한 여자의 생명이 구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성경에는 간음한 여인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두 가지 예만 들어본다면,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올라온 다말이라는 여인은 자신의 시부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이 훗날 마태복음 1:3에 떡하니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다는 야곱의 아들로 자신의 아들 오난이 그의 장형 엘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자 수혼법에 따라 형의 아들을 낳아주기 위해 형수와 관계를 맺을 때, 그 씨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 형의 자식이 될 것을 알고, 땅에 설정/泄精한 죄로 죽임을 당하자 청상과부가 된 자부 다말을 수절케 하였는데, 시부가 셀라를 낳고 그가 장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수혼법을 지켜려 하지 않자, 과부의 옷을 벗고 면박한 후 거리의 여자처럼 시부를 유혹해서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그들이 베레스와 세라로 훗날 다윗 왕의 8대 조부가 된 것입니다. 모든 유대인들의 사표가 된 다윗의 경우는 더욱 악랄하기까지 합니다. 우연히 왕궁 옥상에서 내려다 본 한 여인의 목욕장면에 충동이 일어나 그녀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겁탈하고, 후환을 염려해서 그의 남편 우리아를 전투가 치열한 전장으로 내 보내어 죽게 한 후 후궁으로 들인 유명한 밧세바 사건(삼하 11:2-27)도 자세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경은 유독 간음한 간부/姦夫에게만 훗날 불이익을 주는 것 정도로 불공정하게 다루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 점을 간파하셨을 것입니다. 기우러진 운동장에 대해 둔감한 세상을 향해서, 죄 없는 자가 돌을 들어 쳐라 하신 것입니다. 이는 결코 간음한 여인을 관용하려는 뜻이 아니라, 상식과 공정이 지배할 세상을 꿈꿔라 명령하신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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