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515.

시편 80:4-7.

찬송 53, 233, 50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부정적인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이웃이라고 해도 돕는 것은 신중 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아내를 잃은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들 모임에서 유난히 허허호호를 하지만 말 수가 적고 가끔씩 먼 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자주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청계천에 발 담그고 얘기도 들어주고 싶지만 주저하게 되는 것은, 상대의 선의와 호의를 날카로운 비수로 찌르고 들어오니 말입니다.

 

2. 오늘은 성령강림절 후 열 여섯째 주일로, 2:1-10을 본문으로 다문화 시대의 신앙생활을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간을 단일민족으로 살아왔습니다. 같은 언어와 전통 그리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2,508,000명으로, 이 가운데 결혼 이민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은 매년 5,000명이 늘어나고 있고, 취업과 유학으로 매년 21,000명과 30,000명이 늘어나는 등 우리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이 전체 국민의 약 1.1%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민족 다문화 시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초대기독교회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1-4, 2:41-42).

단 하루 만에 세례 받고 성도가 된 사람이 3천명이 되는 날도 있었다는 기록이 읽었습니다. 12명의 제자들로 출발한 기독교회가 갑자기 엄청난 셀 수효로 불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갈릴리 사람들 중심에서, 바대인, 메데인, 엘림인, 메소보다미아, 가바도기아, 본도, 아시아 브루기아, 밤빌리아 애굽 리비아 그리고 로마에서 온 사람들이 교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순수 유대인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초대교회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초대교회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졌습니다. 그 첫 번째 변화는 차별의식을 철폐였습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차별하지 말라는 말씀은 인종과 종교, 피부색과 본적은 물론 빈부귀천에 따라서 차별이었고, 오히려 함께 공존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교육받고, 취업하고, 결혼하는 등에 있어서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노력은 천국에까지 연결되어야 하겠습니다(5-7).

우리나라는 세계 선교에 큰 몫을 짊어지고 있는데, 2023년 통계에 의하면, 169개국에 22,210명이 장기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외로 나가는 선교 못지않게,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가 절실해졌습니다. 요즘 대학동창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예전에는 꼴찌를 맴돌던 친구가 자신의 활동하는 얘기를 전해오는데 고급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알아보니까 AI 통번역 앱을 깔아서 외국인이 두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도 국적을 취득한 이들은 물론, 장단기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우려야 하겠습니다. 만남의 장소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좋은 중재자 역할과 꼭 필요한 이웃으로 다가서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땅에서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면, 천국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산업 연수생들이 단기 체류 중인 이들에게 격려와 선교를 시도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과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귀한 계명은 없습니다(8-10).

우리 찬송가 맨 뒷면에는 십계명이 있습니다. 제가 설교 목사로 나가는 농인 교회에서는 매 주일 사도 신조와 함께 십계명을 합독/合讀을 하는데, 그 말미에 십계명의 요약으로 마 22:37-40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큰 소리로 읽도록 가르칩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는 것이니라고 말입니다. 땅과 하늘, 이 세상에서의 삶과 천국에서의 삶은 연속될 것인가 아니면 불연속이 될 것인가?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크리스천으로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 곧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사는 것이고,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을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는 일이라 성경은 말씀합니다. 더 이상 알고 짓고 모르고 짓는 그런 우유부단한 삶을 청산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삶의 자세를 확립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것이 땅에 살면서 하늘나라에 연결 짓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3. 오늘은 왕십리루터교회(박상태목사 시무)에서 창립 61주년 기념하여 설교하려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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