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501.

시편 78:48-51.

찬송 46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려말 이조판서를 지냈던 이 기(1522~1600)<간옹우묵>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런 재미있는 글이 전해집니다. “세속에서 하는 말이 있다. 노인이 젊은이와 반대인 것이 대개 세 가지다. 밤에 잠을 안자며 낮잠을 좋아하고, 가까운 것은 못 보면서 먼 것은 보며, 손주는 몹시 아끼나 자식과는 소원한 것. 이것이 노인의 세 가지 상반된 점이다.”

정 민, 옛 사람이 건넨 네 글자,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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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령강림절 후 열 넷째주일의 복음서 막 7:1-13을 본문으로 전통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길들여진 생활이 습관이 되고 습관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 전통이 된다는 것은 경험이 가르쳐준 삶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전통이란 누가 뭐라 해도 쉽게 버릴 수도 고칠 수도 없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신앙생활에도 전통의 가치가 있습니다.

 

유대인은 정결례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켰습니다(1-4).

모세의 율법에는 세 가지 부정함에 대해 상세하게 정결례 의식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병(문둥병)으로 살던 사람이 고쳐졌을 때 모든 사람으로 이를 알리기 위한 결례/潔禮(13-14), 성과 관련된 유출물을 씻는 결례(15), 마지막으로 사체/死體를 만졌을 경우에 행하는 결례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우선 이런 결례제도는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인 보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외출 후에 손과 발을 씻는 관습이나, 음식을 먹기 위해서 손을 씻는 관습의 중요성을 말씀하고 있는데, 예나 제나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생각됩니다.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 어린 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세이레 동안 대문에 왼손으로 꼰 새끼줄(금줄)을 쳤는데, 남아일 때는 고추와 숯덩이를, 여아일 때는 미역줄기, 솔잎과 종이를 달았습니다. 산모의 건강도 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뜻도 있었다 합니다.

 

전통을 악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음을 책망하십니다(8-10).

좋은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가령 저와 같이 새벽 형이란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기도와 묵상 그리고 독서하는데 편리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서 새벽기도회를 다닌 것이나, 오랜 시간 시험공부를 하던 것 등이 습관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일부러 새벽에 일어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고르반>이란 전통이 있습니다. 수입이 생기면 그 일부를 성전을 위해서 또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 따로 떼어 모아두는 일을 말합니다. 미국의 어느 가정에서는 고르반 항아리가 거실에 서너 개 있었습니다. 귀한 일을 하려다 보면 돈이 없어서 고르반 항아리를 두었다 말씀했습니다. 저는 좋은 생각통장을 만들어 활용합니다. 그런데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도움을 청할 때, 못받을까봐 고르반 밖에 없다고 둘러대면서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이 당시의 진실이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출발하지만, 도중에 나쁜 뜻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5-7).

한 때 법꾸라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법의 정신과 목적을 따르기 보다는 법의 문자만을 악용해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가는 법지식인들을 혐오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짧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정신과 목적이 빠져버린 문자주의에 함몰될 때가 많습니다. 20여 년간 저는 9명의 친 남매 외에 또 다른 형이 한분 계셨습니다. 그분은 타지에서 직장을 찾아 저의 마을로 오신 분인데, 하숙집 창문으로 우리 집을 훤히 볼 수 있었는데, 매일 북적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느 날 찾아와서 아들로 삼아 달라 어머니께 졸랐다 합니다. 싸우고 다투는 모습이 진정한 가족 간의 모습이라며 말입니다. 훗날 포목점 주인이 되어 부자가 되었는데,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정신과 목적으로 살았습니다. 하나님은 문자를 강조하시는 분이 아니라, 정신과 목적을 주목하시는 분이심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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