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413호(2018. 12. 7. 금요일).
시편 119:57-60.
찬송 26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남자는 요즘 버스로 출근을 합니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서 버리는 바람에, 정비소에 수리를 맡겼기 때문입니다. 차 없이 출근을 할 생각을 하니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마음 단단히 먹고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환하게 불을 밝힌 버스가 어둠속을 달려와 정류장에 섰고, 남자는 버스에 올라 교통 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댔습니다. 그러자 할인이 됐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옵니다. 조조할인. 기분이 좋습니다. 남자는 남아 있는 빈자리를 찾아 앉은 다음, 버스 안의 사람들을 둘러 봤습니다.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는지, 지그시 눈을 감은 회사원들 사이로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 나이가 되도록 일을 해야 하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도 잠시 다음 정류장에 버스가 서자, 백발의 어르신이 몸을 일으키시더니 수고하십시오. 큰 목소리로 운전기사와 인사를 나누고는 차에서 내리시는 겁니다. 차창으로 내다본 어르신의 걸음걸이에서는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할 일을 갖고 있다는 일하는 사람의 자부심이 아니었을까요? 남자는 어르신을 안쓰럽게 만 여긴 자기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좀 부끄러웠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동안, 남자는 그 어르신의 걸음걸이를 떠올리면서 기운을 얻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남자는 정비소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차 수리에 며칠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괜찮으니까 꼼꼼하게만 고쳐달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면서, 남자는 그날 아침의 버스를 떠올립니다. 백발의 어르신을 통해 깨달은 일의 기쁨 말고도, 그 안에는 어쩐지 인생에서 배워야 것들이 더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삶의 몸짓들을 더 배울 때까지, 차 수리는 좀 늦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8년 11월 26일 방송>
2.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생활(1-12절)”을 읽었습니다. 사는 일이 너무 분주해서 왜 이렇게 허둥대며 살아가지? 하고 잠시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6.25 전쟁 전, 김상용은 서른 나이에 선문답 같은 시를 썼습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왜 사냐 건/ 웃지요”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햇볕 드는 남쪽으로 창을 내고, 괭이와 호미로 밭을 갈고 김을 매는 유유 적적한 삶을 사는 것으로 만족했으니, 삶의 의미를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 표정만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일을 열심히 잘 끝냈을 때 마음을 꽉 채우는 만족감 그리고 감사를 말입니다. 사도는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쳤다고 했습니다. 거룩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별되게 사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 풍조와 다르게 사는 삶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삶으로 부부의 도리를 말씀합니다. 음행과 욕정에 빠져서 살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대는 이미 깊은 수렁에 빠진지 오래된 주제입니다. 이른 새벽에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국장 중계방송을 보았습니다. 초청된 이들은 대부분이 부부였는데,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구별된 삶을 살고 있다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조사(弔辭)를 하는 상원, 하원 그리고 정부 대표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은 하나님께서 자연과 사람을 만드시고 하신 첫 번째 말씀입니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좋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제 구실을 하다.”라는 뜻입니다. 거룩한 삶을 말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일지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아버지의 구실을 하는 것, 그것이 거룩한 삶이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구실을 다하는 것 역시 거룩한 삶입니다.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은 충실하게 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나 들새들 역시 제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세상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처음 모습 그대로, 마지막까지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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