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8(2000.11.15, 수요일)
성경말씀 : 잠 30:15-16.
찬송 : 369장.
1. 주님께서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계시길 기도 드립니다.
2. 오래된 유행가 가사에, “저 산 저 너머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고 있을까?”로 시작되는데, 마치 거기엔 무엔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을 갖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런 현상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리다. 가령 잘 알고 있는 사람, 한 동네에서 자라났고, 말씨며 성품은 물론 집안 내력도 줄줄이 욀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호감을 갖고 있고 무엇인가 대단한 것이 있기라도 하듯 호기심을 갖곤 합니다. 결과적으로 가까이 다가섰을 땐, 옛 말처럼 “구관이 명관이로세.”로 끝나곤 했습니다.
3. 바울 사도는 행복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현실주의자였다고 보여집니다. 그는 삶의 비결을 터득하였다고 고백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현실적인 삶에 대해서 자족하는 마음으로 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4:12) 본문은 이런 바울 사도와는 너무 다른 마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거머리의 두 딸’ 비유인데, 일생동안 족한 줄 모르고 “다고 다고”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탐욕에 취한 인간처럼 그 끝이 없는 욕망을 빗대어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라나던 시절에는 논에서 쉽게 거머리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나리 논에 가면 어김없이 거머리가 떼를 지어 몰려왔습니다. 성경 말씀처럼 거머리는 한번 달라붙으면 제 스스로 떨어져 나가지를 않습니다. 가정입니다만, 만일 거머리를 떼내지 않는다면, 우리 몸의 피를 다 빨아먹은 다음에야 멈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바울 사도의 자족하는 마음과 거머리의 두 딸의 끝없는 탐욕과 비교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 두 경우에서 행복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 사람마다 자신의 현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모릅니다. 우선 자신의 생김새가 확연히 다릅니다. 말씨도 마음에 품은 관심사도 천차만별합니다. 이것은 어찌 생각해 보면 운명적인 것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우리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겉모습과 성격도 우리의 관심과 다르게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꿔보려고 할지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팀 라헤이가 쓴 [성령과 기질]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은 타고난 기질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진 기질은 강하고 약한 면이 동시에 있어서, 다른 말로 하면 장점이 단점이 되고 있는데, 성령을 통해서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타고 난 것들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그것을 원망만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힘든 삶의 자리가 더 나은 삶을 향한 도전이 되고 목표를 분명하게 정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밑천으로 삼아 꿈을 꾸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 사도가 말하는 자족(自足)이란 이런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삶의 둥지를 트는 적극적인 자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난이나 질병 그 자체가 불행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어떤 이는 그런 것들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한 것이라는 인식아래, 거기에서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긍정적으로 모색하는 일, 그리고 실천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족이라고 생각합니다.
5. 저는 60년대에 한국을 방문해서 젊은이들에게 강연으로 뜻을 남긴 임어당 선생님의 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농부의 자식들아, 꿈을 꿔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습니다. 중국에 유명한 세도 가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명문가의 자식은 주색잡기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상인 아버지가 아들을 초달하였습니다. “나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온갖 고생 끝에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너는 좋은 환경에서 뭐가 불만이어서 이렇게 주색에만 빠져 있느냐?”고 하였습니다. 그 때 아들은 대답하기를 “아버지는 농부의 자식이니까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 수 있었지만, 저는 그런 꿈을 꿀 수 없는 형편이지 않아요?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그래서 술독에 빠져서 사는 거지요.” 이런 예화가 현실 속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땅 값이 치솟아 하루아침에 졸부(猝富)가 된 분들을 보세요. 얼마나 돈 쓸 줄을 모르고 살지 않습니까? 근사한 집에서 값나가는 자동차를 굴리는 것이 행복인줄로 착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행복은 자신의 삶의 자리를 자족으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감사와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현실을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십시오. 여러분의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도록 하십시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리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십시오. 일본의 무교회 지도자였던 내촌 선생님은 一日一善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좋은 생각을 품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라는 말입니다. 행복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이런 마음을 우리들 자신의 힘으로 가지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어려운 일임을 잘 압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이런 마음을 품도록 인도하여 주시기를, 그리고 실천하도록 용기와 힘과 여건을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행복은 여러분의 현재의 삶에서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의 여러분이 부딪히는 갖가지 삶의 씨줄과 날줄로 행복의 비단을 짜내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오늘은 이대웅군과 박찬주군 그리고 김성훈군이 수능시험을 봅니다. 여러분의 기도 가운데 잠깐 들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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