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6(2000.11.13, 월요일)
성경말씀 : 잠 30:7-9.     
찬송 : 487장.
제목 : 진실을 찾아서.              

1. 오늘도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계시길 기도드립니다. “정(情)이 더럽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어릴 때 이런 말씀들을 어른들이 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가진 남다른 정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에 매여서 끊고 맺는 일이 분명치 않은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오히려 이런 정으로 인해서 인간관계가 도타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제 오전에는 이성준장로님께서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장갑 한 켤레씩을 선물해 주시는 것을 보았고, 오후 찬양예배를 마친후에는 시쇼우 전도사님 가족을 위해서 몇 분 교우들이 시간을 내어 추억만들기를 하신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퍽 흐뭇하였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2. 오늘 본문은 아굴이라는 분의 잠언입니다. 솔로몬 왕의 측근으로 보이는데, 이런 현자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겠다는 것은 그리 낯선 얘기가 아닙니다. 예로부터 악인 곁에는 악인들이 끓게 마련이고, 선인 곁에는 그런 동류들이 모여들게 마련인 때문이지요. 그는 기도의 사람이었음에 분명합니다. 그의 기도는 주제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중언부언하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우리들이 아굴에게서 귀한 기도의 본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는 목적이 뚜렷한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기도를 드렸다고 보여집니다.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허탄과 거짓말을 멀리하게 해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일용할 양식으로 먹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3. 아굴의 기도를 들으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기도와 비교해 보신다면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요? 저는 아굴의 기도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허탄이란 “거짓이 많아서 미덥지 않음”이란 의미인데, 거짓 투성이로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고발이라도 하듯 지적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망한 일”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이 허탄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삶을 꾸미고 있는지 모릅니다.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행복한체 하고, 성실하지 않으면서도 성실을 가장하며, 아는게 별론대도 식자연하고, 부자도 아니면서 배를 내밀었던 때문만이 아닙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진정한 성실을, 진정한 지혜와 부자의 자세를 모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자신과 이웃에게 조금만이라도 솔직하고 진실하다면, 우리는 훨씬 더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진정한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친구는 거짓 꾸밈 가운데서 만나고 있는 위장된 관계인지 모릅니다. 아니면 그저 일 때문에 형식적으로 만나는 껍데기 뿐인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진실한 사람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짓의 탈을 벗어던지지 아니한다면, 영원히 진실한 친구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먼 관계에서 보다는 가까운 관계부터 점검해 보시지요. 저는 어느 막노동하는 아버지의 얘기를 읽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그럴듯한 회사에 출근한다고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사장에 가서는 옷을 바꿔 입고 막노동을 한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허상을 벗어던지고 참된 자기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게 되었고, 갑작스런 충격적 고백에 모든 가족들이 망연자실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밝고 기운차던 집안 분위기는 어두워졌고 식구들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대로 그냥 감추고 살 것을, 하면서 후회스럽게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일이 지나서 가장 철부지였던 아들녀석이 공사장으로 찾아 왔고, 아버지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고백을 듣게 됩니다. 참된 아버지를 찾았고, 사랑스런 아들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마음속에 담긴 정말 하고픈 얘기를 다 하지 못한체, 아무렇지도 않은체 담담히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그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나눌 가족이라는 사실을, 그것이 때로는 어두운 문제일 수도 있고, 꺼내기 힘겨운 아픔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그 모두를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가족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진실로 가려는 용기만 있다면, 분명 우리 가족은 더욱 도타운 마음으로 하나될 수 있을 것이고, 더욱 강한 응집력으로 뭉칠 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4. 우리에게 여러 가지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허망한 일이나 거짓의 껍질을 벗어던지는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우리 자신이 얼마나 거짓의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살아가는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도 섬칫 놀라지 않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을 보시느니라.” 하나님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서라도 진실하려고 노력하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지켜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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