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541(2013. 10. 22. 화요일).

시편 시 124:1-5.

찬송 45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그는 최소 세 사람 몫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강단에 서면서, 1년에 2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발간하고, 지난여름 방학에는 자녀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회참여 활동에도 뒤로 내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그 덕에 얼굴에는 늘 만성 피로의 그늘이 살짝 드리워있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매일 아낌없이 소진하는 그의 삶을 보면 칭찬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루는 농담 삼아 말했습니다. “저처럼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놀 것 다 노는 사람은요, 절대 당신처럼 잘 살지 못할 거예.” 그러자 돌아온 그의 대답이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놀 것 다 노세요. 그게 잘 사는 거예요.”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았을까? 진담을 농담으로 받았을까? 아니면 서로 얼떨결에 진담을 주고받았을까? 간단한 대화였지만, 품고 있는 뜻은 단순치 않았습니다. 특히 그 말을 하던 그의 눈빛과 입가의 잔잔한 미소가 더욱 그러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몇 번이나 그 대화를 반복해서 생각한 끝에, 서로가 잘 산다는 기준을 달리 두고 말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요. 한쪽은 무엇에, 다른 한쪽은 어떻게, 산 다의 기준을 두었습니다. 그의 말은 나의 잘 산다는 기준에 대한 반박이었음을 이해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남들이 모르는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고 있고, 마치 부채를 갚듯 최선을 다할 뿐, 만약 나에게 주어진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면, 나도 다르게 살았을 거예요. 라는 말도 무언중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는 아무래도 잘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잘 사는 그 첫 번째 조건이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101일 방송>

 

2.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대해서 동양은 매우 신중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친구를 맺거나 이웃을 사귈 때,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다 알아보고 나서야 결정한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마음을 주지 않는 껍데기 관계도 많이 있습니다. 그냥 날씨 얘기나 하는 관계 말입니다. 아무튼 일단 어떤 관계가 맺어지면, 일종의 소속감을 갖게 되고, 그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소속감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자산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사도는 우리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라고 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흙에 속한 자인지, 하늘에 속한 자인지 하고 말입니다. 흙에 속한 자는 흙에 속한 자답게 살 수 밖이고, 하늘에 속한 자는 하늘에 속한 자로써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흙에 속한 자나 하늘에 속한 자라는 것은 상징적인 표현으로, 흙은 세상적인 삶을, 하늘은 신앙적인 삶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문제는 어느 쪽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 삶의 의미와 목표는 달라진다는데 있습니다.

   사도는 우리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를 항상 확인해야 할 것을 암시합니다. 그 결과는 썩을 것을 거두는 삶인지 아닌지로 나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얻을 수 있는지 결정된다고 말입니다. 삶의 방향성이 정해진 이상 다른 길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매사에 세상 지향적인 일인가, 아니면 하늘 지향적인 일인가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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