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706(2019. 9. 26. 목요일).

시편 37:14-17.

찬송 4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무실 창문은 다 닫혀 있습니다. 에어컨을 트니 늘 그렀습니다. 그런데도 문을 열어놓은 듯 또렷합니다. 망치질입니다. 사무실 옆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첫날은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째부터 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이 제대로 닫혔는지를 몇 번이나 확인해 볼 정도였습니다. 땅 땅 땅 땅. 망치질 소리가 창문너머 공사장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상사에게 혼이 나거나 언짢은 전화를 받게 되면, 그 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일에 집중도 안 되고,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예민함에 대해 더 그랬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저 소리가 나나보다 정도인데, 자신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인 겁니다. 안되겠어서 오후에 근무를 하다말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한참인 곳으로 갔습니다. 그렇다고 가서 항의를 할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건물이란 어디서든 새로 지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소음도 때론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무조건 항의할 문제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화를 내게 한 당사자라도 대면하러 가듯, 무조건 갔습니다. 공사장 안으로는 당연히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대신 망치질 소리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자세가 곧 항의라도 되듯 팔짱을 끼고 눈꼬리를 올린 채 소리 나는 곳을 올려다봤습니다. 어렴풋이 두 사람쯤이 안전모를 쓰고 망치질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5분이나 됐을까요? 팔짱을 풀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금세 느껴지는 더위나 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더위 속에서 쉬지 않고 망치질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지칠까? 안쓰러움이 들어서만도 아니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93일 방송>a.

 

2. “솔로몬의 재판(16-28)”을 읽었습니다. 세기의 재판으로 알려진 본문은 지금도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라면 되풀이해서 새겨들을 일화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등장하는 두 여인은 창녀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의 인권이란 게 있었을까 싶던 까마득한 옛날에 솔로몬을 찾은 두 여인입니다. 내용은 다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두 여인은 살아남은 한 어린 아이에게 목숨을 걸다시피 했던 것입니다. 그 아이는 생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었지만, 그 여인들은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린 아이에 집착하는 걸 보면, 어쩌면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어린 아이를 차지하려고 임금님께 온갖 동정유발 진술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솔로몬은 판결을 내렸는데, 아이를 둘로 잘라 반씩 나눠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를 낳은 어미는 큰 소리로 막아서며 아이를 상대 여인에게 주라고 외칩니다. 누가 진짜 어미이고 누가 가짜 어미인지는 萬人이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 易地思之를 떠올리는 판결이었습니다. 어린 자식을 생각하는 어미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의 재판정도 이런 판사들이 그리워집니다. 김이환 이영 미술관장은 지난해 528일치에 쓴 칼럼에서, 뉴욕시장을 3연임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1930년대 초 대공황 시 뉴욕치안 판사 재직 시, 배가 고파 빵 훔친 노인에게 10달러 벌금형을 내리면서 한 판결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10달러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이렇게 거둔 57달러 50센트를 피고인에게 주자, 피고인은 10달러벌금을 낸 후 47달러 50센트를 갖고 법정을 떠나갔습니다. 김 관장은 한 신문에서 읽었다는 서울 가정법원 김귀옥 부장판사의 판결이야기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피고석에 앉은 A양은 2009년 초까지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다 남학생에게 집단 폭행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에서 겉돌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렴. ,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두 판사는 솔로몬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3. 저는 오늘 제49차 기독교 한국루터회 정기총회 개회예배에서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는 제하의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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