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705호(2019. 9. 25. 수요일).
시편 37:10-13.
찬송 49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새롭게 돌아보는 사물에게 말 걸기. 오늘의 사물은 <앞치마>입니다. 이제부터 며칠 간 앞치마 벗을 새 없이, 손에서 행주 놓을 새 없이, 거의 주방에서만 명절 연휴를 보내다시피 하는 여성들 많겠지요. 그렇게 주방 일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두 가지 앞치마와 행주는, 우리에게는 행주치마라는 단어로도 합해져 쓰입니다. 물론 그 두 단어를 의식적으로 합했다는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더욱이 행주치마에는 그만의 별도의 유래가 있지요. 1593년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맞아 싸우던 권율 장군의 부대를 위해 부녀자들이 치마폭에 돌을 담아 병사들에게 날라주었던 것을 기리느라, 행주라는 지명을 따서 붙인 이름이 행주치마입니다. 행주라는 부엌 수건의 이름은 1570년대 기록에 이미 등장하는데요. 그러니까 앞치마와 행주가 행주치마로 합해진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도 우리의 뛰어난 언어 감각에 의해서 두 단어가 의식적으로 합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영어로는 에어프런(apron)으로 불리는 앞치마, 예전에는 여자 중학교의 가정 수업에 반드시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흰 천에다 데이지꽃 그림의 수를 놓으면서 바느질의 종류를 배우곤 했던 분들 계십니다. 그런가하면 1985년의 한 신문 기사에, 노동부의 고위 관리가 노동부 직원들에게 갑자기 앞치마를 선물했던 일도 있었는데요. 대부분이 남자였던 직원들은 명절 때도 아니고 단체 티셔츠도 아닌, 단체 앞치마에 크게 당황스러워했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공무원의 가정생활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사건이 있을 때여서, 가정에 충실 하라는 의미가 담겼으리라 짐작했다고 하지요. 프랑스의 여성 소설가인 마르틴 라폼이 쓴 소설 [파란 앞치마]의 주인공인 로이는, 평생의 반려자나 다름없었던 파란 앞치마를 입고, 초록색 덧문이 달린 자신의 집의 장미 나무들 아래 누워서, 땅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갖고 삽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앞치마를 한 우리 주위의 여성들의 소원은, 이번 명절부터는 앞치마를 알맞게 입기도 하지만, 알맞게 벗고 쉬기도 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것 아닐까요? <KBS FM 출발과 함께. 2010. 9. 20 방송>
2. “솔로몬이 파라오의 딸과 결혼하다(1-2절)”과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꿈을 꾸다(3-15절)”을 읽었습니다. 고대 세계가 결혼동맹을 맺는 것은 흔한 일로, 상호간에 불가침 조약과 같은 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약한 나라는 큰 나라의 후원을 받을 수 있고, 큰 나라는 그에 상응하는 조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 win)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혼동맹의 폐해는 신앙적인 면에서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아합과 이세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두 번째 단락은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를 드린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하나님을 대면하고 하나님께 빈 소원이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천번제란 한꺼번에 일천 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친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한국 교회는 일천 번의 제사를 드린 것으로 둔갑을 시켜서, 일천 번의 헌금을 거두는 우스꽝스러운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기브온에서의 꿈에서 솔로몬은 하나님께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지혜를 구하였고, 하나님은 장수나 부귀 그리고 원수 갚기 같은 것을 구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지혜를 구하는 것을 보고, 슬기와 명석 뿐 아니라, 장수와 부귀도 약속하신 것입니다. 솔로몬이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것이 꿈에서도 나타난 것이라 생각됩니다. 꿈에서 깨어난 솔로몬은 예루살렘에 있는 언약궤 앞에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방백들과 잔치를 베풀어 자축하였습니다.
기브온에서의 솔로몬의 경험은 평생 그에게 말할 수 없는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힘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 우리들도 예외는 아닌데 말입니다.
3. 아내가 8개월 된 강아지를 데려와 살고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저의 산책길에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함께 걷고 함께 그네도 타고 함께 동네 분들과 인사도 하고, 꽤나 귀여움을 받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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