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22호(2020. 4. 29 수요일).
시편 78:26-29.
찬송 31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생각 하나 이어갑니다. 우리는 언제야 비로소 어른이 될까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불레히트는 스물 셋에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1920년 그 해 불레히트는 어머니를 여의었고, 장례식을 치른 후 이런 시를 썼어요.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를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자신이 지금까지 어머니라고 불러온 존재가, 꽃처럼 나비처럼 공기처럼 가벼워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가벼워지고만 이유 중의 하나는, 아니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인 나였습니다. 내가 뼈가 자라고 살이 붙을수록, 어머니는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리 어머니를 불러도, 그 말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져 버릴 겁니다. 이렇게 된 후에야 자신의 어머니로만 봐온 한 여성을 한 인간을 마주합니다. 그 여성이 살아온 삶의 고통을 절절히 체감합니다. 우리는 언제야 비로소 어른이 될까요? 그 때란 어머니를 아버지를 더 이상 어린애의 눈으로 보지 않고, 한 여성으로 한 남성으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됐을 때가 아닐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7년 5월 8일 방송>
2. “하나님께서 시내산에 나타나시다(14-25절)”을 읽었습니다. 하나님을 맞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목욕재계(齋戒)하고 옷과 신발을 빨아 입고 몸을 성결하게 하고, 주일 예배에 참석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때문입니다. 마음은 그렇게 몸으로도 받쳐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의관을 정재하고 책을 읽도록 가르쳤던 우리의 교육이 서양 영화 <졸업>에서 무참하게 깨트려져 버렸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잔디밭에 누운 젊은 주인공 남녀가 애정을 나누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에 버금가는 자세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임재는 남달랐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짙은 구름과 나팔소리가 울려 퍼진 것입니다. 화산이 폭발하듯 연기가 솟아오르고 지진이 나듯 땅이 흔들렸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모세가 하나님 앞에 서자, 다시 한 번 백성들의 범접함을 경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론을 데리고 오라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 이것은 두렵고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수학자 프왱카레는(J. H. Poincare)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에 관해서 수학적인 기호로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원을 인간으로 가정하고 원 중심에서 원 둘레까지를 인간의 죄가 가장 클 때이며, 중심에서 원둘레에 계신 하나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인간의 죄과는 점점 작아지나 더욱 더 명료하게 보인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동안, 자신의 허물과 약점이 밝히 드러난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죄인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일이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해아래 한 사람도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 아닐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 점을 철저하게 경험하고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진리입니다. 이런 엄중한 현실 앞에 우리들 인간이 실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인류를 대표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계약(혹은 율법)을 주시겠다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하나님과 모세가 서로 머리를 의견교환을 갖는 등 절차는 빠져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쌍방 간에 약속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가진 것만은 분명합니다(19절, 24:7). 율법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은 약속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율법은 인간이 지킬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어찌하여 지킬 수 없는 법을 주신 것일까요?
3. 올해 텃밭에는 산마늘, 가지, 도라지를 새 작물로 심었습니다. 물론 청양고추를 제일 많이 심었는데, 확실히 병충해를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 농사에서는 필수 고려사항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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