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61(2020. 12. 24. 목요일).

시편 시 119:85-88.

찬송 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늘 좋은 안내자가 돼 주신 선생님께> 제가 실망할까봐 선생님은 미리 지루한 선물이라고, 마구 물을 터서 주시는 것 같은데요. 제게 책은 항상 최고의 선물 이예요. 특히나 미리 읽은 사람이 크게 내용을 누설하지 않으면서, 슬쩍 작은 안내지도 같은 설명을 곁들여 주기까지 하면, 재미가 배가 되곤 하지요. [그리스 로마의 신화]를 정말로 다양한 버전으로 읽었기 때문에, 운명의 여신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운명의 수레바퀴에 대한 얘기는 처음 듣네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그만큼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거. 어느 한 사람이 멈춰서 서버리면, 곧 바로 수레바퀴 전체가 멈춰버린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니까, 참으로 공감이 가면서 재미있네요. 찰스 디킨즈가 과거나 현재의 유령뿐만 아니라, 조금은 억지스런 미래의 유령까지 등장시킨 점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어요. 선생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아이, 필요 없어, 나하고는 무슨 상관이람”, 이런 태도는 배우는 학생에게는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거, 저도 알아요. 지금까지 아마 전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방어를 했던 거 같애요. 평소 성탄절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겨보자고 열심히 계획을 짜고 돈도 걷고 하는 것을 보면서, 분위기에 휩쓸리는 바보 같은 짓이라면서 냉소적으로 바라봤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왜 그럴까에 대해서,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보게 됐어요.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요즘처럼 상업화되기 시작했는지도 헤아려 보고, 과거나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운명의 수레바퀴도 상상해 보면, 나름대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법 어른스럽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지요. 이게 다 선생님의 좋은 안내 덕분 이예요. 감사합니다. 매리 크리스마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224일 방송> b.

 

2.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39-45)”마리아의 노래(46-55)”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첫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受胎告知)를 한 며칠 뒤에 마리아는 가까운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마리아보다 여섯 달 먼저 수태한 엘리사벳의 이야기는 집안사람들은 잘 아는 얘기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천사의 방문과 수태고지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친척 엘리사벳이었을 것입니다. 처녀가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는 것은 잘못하면 집안에서 쫓겨나거나,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사건이었기에, 마리아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나사렛에서 하룻길이나 되는 유대 산골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몇날 며칠 생각하던 끝에 그 먼 길을 찾아간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사장 스가랴의 집에 당도해서 엘리사벳에게 문안인사를 올리자, 엘리사벳이 큰 소리로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고,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웬일이십니까? 문안의 말씀을 듣자 태중의 아이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이를 복음서 기자는 성령을 가득 받은 때문이라 했습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하나님의 구원 섭리에서 매우 중요한 조연 자들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수태가 불가능한 처지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엘리사벳은 수태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고(1:18), 마리아는 처녀였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을 전한 가브리엘의 신탁을 엘리사벳의 남편 스가랴는 믿지 않아 벙어리가 되어 임신 기간 내내 고생한 것에 반해, 마리아는 믿음으로 순종한 것이 차이점이라 하겠습니다. 당연히 질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하나님의 구원계획에 참여할 조연 자들이 순종과 불순종, 믿음과 불신으로 갈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통해서 중단 없이 당신의 계획을 진행하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진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구원계획은 그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믿는 사람이든 믿지 못하는 사람이든, 궁극적으로는 참여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은총을 베푸신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의지나 결단, 인간의 신뢰와 불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와 결단과 하나님의 은총으로 구원하신다는 진리입니다. 하나님 중심의 구원행동이라는 뜻입니다. 마리아 역시 연약한 인간에 불과해서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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