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60(2020. 12. 23. 수요일).

시편 시 119:81-84.

찬송 2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지혜에게> 지난 몇 개월 동안 지혜와 함께 공부하고 얘기를 나눈 시간들이, 내게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 우정을 쌓아가는 시간처럼 느껴지곤 했지. 개인 지도를 하는 동안 너에게는 특별한 글쓰기나 특별한 책읽기 방법을 따로 생각해 낼 필요가 없을 만큼, 넌 어려서부터 책도 많이 읽었고 글 쓰는 걸 힘들어 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는 늘 너만의 생각과 너의 목소리가 있었어. 그런데 그런 즐거움을 준 너에게 선생님은 일부러 많이 지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어. 크리스마스에 관한 고전 작품 찰스 디킨슨의 [크리스마스 캐럴]이야. 아마 어렸을 적에 동화로도 읽었을 테고 영화로도 한번쯤 봤겠지. 하지만 동화는 대체로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느라 많이 생략되고 각색도 되어 있는 편이니, 제대로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그냥 지혜가 크리스마스 따윈 별 관심 없어, 이렇게 쿨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한편으로는 대견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약간 온도를 높여주고 싶어서 준비한 선물이야. 글쎄, 아무런 상관도 없으면서 과도하게 즐거워하는 것도 니 말대로 좀 우습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딱 끊어 버리면 뭔가를 얻어 내는 것도 그만큼 힘들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러면 여기서 지루한 선물 팁 하나 남길게. 운명과 관계된 모든 신화와 상징은 모두 숫자 삼과 관계가 깊단다. 운명의 여신도 어리고 젊고 또 나이든 세 명의 여자들이고,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람들도 세 사람의 남자들이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세 명이, 힘들여서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거야.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쿠르지 앞에 세 명의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인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어느 것과도 결별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거라고 생각해. 이번 선물이 신선한 느낌을 없을지 모르지만, 내가 알려준 팁을 헤아려보면서, 다시 한 번 읽어보렴. 그럼 매리 크리스마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224일 방송> a.

 

2. “이 백성은 계시를 깨닫지 못한다(11-14)”을 읽었습니다. 계시(啟示)란 감추어 있던 하나님의 뜻이나 경륜을 들어내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계시란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 있던 온갖 불행과 질병 재앙들이 다 빠져나간 후 뚜껑을 닫아버려 남아 있는 단 하나, 인류가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희망처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희망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마지막 바람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밀봉된 책에 쓰여진 말씀과 같다고 정의하면서, 글을 아는 사람은 밀봉되어서 읽을 수 없다하고, 글을 모르는 사람은 글을 모른다고 하면서 답답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야훼 하나님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십니다. 선민인 이 백성은 말과 입술로는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높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멀리 있고, 하나님을 공경한다 하지만, 그것은 습관에 불과한 것이며, 지혜는 말라있고 슬기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결국 하나님의 감추어진 뜻과 경륜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하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뜻과 경륜은 감추어져 알 수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알려주셨지만, 인간들이 모른 체하거나, 아니면 너무 어렵고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핑계를 대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곤 합니다. 바로 추모일인데요. 가령 저의 부친은 54년 전에 별세하셨는데, 추모일이 되면 자녀들이 둘러앉아서 잘 부르셨던 찬송가와 성경구절 그리고 자녀들에게 하셨던 말씀들을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런데 뭐 대단한 교훈이나 명언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교육자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훌륭한 말씀들이었습니다. “부지런하라. 미루지 말라. 우애하거라. 땀 흘려 일하면 밥맛이 있다.” 등등의 평범한 말씀인데도, 그 말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소중한 말씀인가를 깨닫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도 숱하게 들었던 말씀임에도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실천하려고 노력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시도 매일 그리고 매 순간 들려졌던 평범한 일이었습니다. 십계명의 말씀들이 그렇고 사도신경과 주기도가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술로만 건성건성 지나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호통재(嗚呼痛哉)!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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