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42(2022. 11. 5. 토요일).

시편 시 106:4-6.

찬송 40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창을 내다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계절이지요. 살아온 세월이 더해질수록 계절이 바뀌고 계절에 맞게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큰 위안을 그래서인지 선조들은 일찍부터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에게서 얻는 깨달음을 시와 노래 속에 담아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 말기의 고승 나옹의 시에 작곡가 한지영이 곡을 붙인 <청산은> 역시 바로 그러한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곡이지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사는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청산의 넉넉함과 든든함이 전해져 옵니다. 99년 신작가곡 위촉을 받은 작곡가 한 지영은 자신이 쓸 곡의 노랫말로 이 시를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여고 생 때부터 버릇처럼 암송하던 시라고 하네요. 원작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려고 편안하게 잠기려는 멜로디에서 작곡가의 배려를 엿볼 수 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115일 방송>

 

2. “등불의 비유(16-18)”,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이냐?(19-21)” 그리고 잔잔해진 풍랑(22-25)”을 읽었습니다. 세 단락이 모두 전혀 다른 주제를 말씀하는 일화들이어서 어느 것을 선택하든 문제될 것이 없겠습니다. 저는 오늘 둘째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하나에서 열까지를 모두 객관적으로 살필 여유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마다의 필요에 따르거나 관심사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그것을 나무랄 수 없을 것입니다. 평신도로써 신학 훈련을 꼭 받을 필요는 없지만, 알게 모르게 신학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교회를 선택할 경우, 자신이 다니게 될 교회가 어떤 신학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염두에 둘 것입니다. 이런 선택은 앞으로 자신의 신앙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예상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묵상할 두 번째 단락은 우리 개신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 사이에 매우 민감한 신학적인 차이가 있는 말씀입니다. 이 본문은 마태복음 12:46-50과 마가복음 3:31-35에 평행귀가 있는데, 이 두 곳에서는 주님의 모친과 동생들이 주님을 찾고 있다는 무리들의 전갈에,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는데, 오늘의 본문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과,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서는 제자들과 또한 둘러앉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하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들이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기독교회는 자신들의 교파가 주장하는 신학과 교리에 따라서 성경을 해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로마 가톨릭교회는 신앙고백과 전통 위에 교회가 세워져 있다고 믿습니다. 성인과 마리아 숭배사상 그리고 교황의 무류성 등이 신앙고백 위에 서 있다 주장합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한스 큉이나 존 엑튼 경 같은 이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경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개신교회와는 많은 점에서 부딪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일부 개신교회 안에서도 사도신경이나 삼위일체 신앙을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교파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관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로마 가톨릭교회의 주장도 그런 범주에서 관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학과 교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완전함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가능합니다. 서글픈 현실은 개신교회의 교파들이 자신들이 제정한 신학과 교리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장로교회나 감리교회는 물론 전통을 존중하는 루터교회나 성공회까지도 자신들의 신학과 교리와 달리 오순절화 되어가는 정체성의 혼란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들의 전통과 신학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라고 하겠습니다.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는 주님의 반문은 하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들이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라.”고 확실한 대답을 하신 말씀에서, 신학과 교리의 역할을 질문하게 됩니다. 신학과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를 섬기려고 준비된 귀한 사명과 역할이 있기 때문인데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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