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24(2023. 5. 6. 토요일).

시편 시 136:19-22.

찬송 46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굳이 언어학이나 기호론을 거창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이름이라는 것이 지닌 의미는 각자에게 남다를 겁니다. 시인 노천명의 본래 이름은 기선이었습니다. 여섯 살 무렵 생사를 오가며 홍역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부모님이 하늘이 준 목숨이라는 천명이라고 다시 이름을 지어주지요. 하지만 천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보낸 날들은 글쎄요,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가 되고 또 사랑은 쉬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고독이 마치 운명이었던 것처럼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노천명의 시에는 고독과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님이 오시던 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이까? 그도 저도 아니오리이까? 그저 자꾸 눈물이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노천명은 널리 애송된 시 <사슴> 덕분에 사슴의 시인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시가 지닌 이미지 그대로 깔끔한 것을 좋아하고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에 쉽게 세상과 타협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양장으로 멋을 낸 당시 문인들 사이에서도 남치마와 흰 저고리를 즐겨 입었다는 것에서, 그의 옛스럽고 강직한 성품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노천명은 남은 날들을 독신으로 살아가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 그 잔인한 기다림의 시간으로 쌓인 고독과 절망을 이 시 <님 오시던 날>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57일 방송>

 

2. “이스라엘과 유다는 회복되리라 6(23-25)”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곤 했습니다.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인데, 또 다른 풀이로는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합니다. 전자를 더 나은 풀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지친 사람에게 마음껏 마실 물을 주고, 허기진 사람에게 배불리 먹을 양식을 주리라.”(25)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자주 물어야 할 질문의 하나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인생살이를 희망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느 날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면 행복과는 정반대인 불행한 삶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씁쓸한 느낌을 금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옛 사람들은 행복을 수(),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 했습니다(書經 周書 洪範篇). 이에 비해서 민간에서 말하는 오복이란, 치아가 좋고, 자손이 많으며, 부부해로하고, 손 대접할 것이 있으며 명당에 묻히는 것이라 합니다. 현실적인 해석입니다. 그런가하면 현대인이 희망하는 오복은, 건강복, 배우자복, 재물복, 일복, 참된 벗이라고 합니다. 제가 꼽는 오복은 정신적인 면에 강조를 두고 있습니다. 감사할 일이 많고, 나눌 것이 많으며, 사랑할 것이 많고, 희망할 것이 많으며, 평화로운 삶이라고 말입니다.

    교보문고가 후원자가 되어 진행 중인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에서도 행복이 무엇인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오늘 본문말씀에서 큰 위로와 소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이란 힘든 시련과 역경을 겪어본 사람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심각하게 아파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건강의 소중함을 알 리 없습니다. 수차례 실패를 맛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성취의 감격을 알 리가 없고,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린 경험이 없이는 영생의 소망이 있을 리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 이스라엘과 유다를 돌아오게 하시겠다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겠다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시원하게 마실 물이었고, 배부르게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하게 와 닿는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복이란 우리가 쟁취하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과 온 우주와 그리고 이웃들과 시대가 다 합력하여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은 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고 깨끗한 삶으로 복을 비는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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