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86(2023. 7. 7. 금요일).

시편 시 1:1-3.

찬송 2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랜 기다림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하기도 합니다. 호리병 안에 갇혀 있었다는 아라비안나이트의 마신처럼 말이지요. 병에서 꺼내주는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먹었던 마음은,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분노로 변하고 말지요. 결국 병에서 나가는 순간 그를 해치겠다는 무서운 결심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인내심으로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단하지 못하지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이든 지치지 않고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말이지요.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는 만큼, 기다림을 견디는 시간은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무슨 마음으로 한 두 시간 이렇게 쉽게 기다릴 수 있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질 않지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기다리는 일도 이제는 거의 없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에서 기다림의 의미는 더 값지게 느껴지기도 하겠지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시간을 견디는 일은 마치 오래전에 성인(聖人)이 행했던 고행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인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두가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그래도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조금은 행복한 일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기다림이 헛된 것만은 아닐 테니까 말이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77일 방송>

 

2.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5-6)”재난의 시작(7-19)”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째 단락입니다. 1983225일 북한 공군 상좌 이웅평씨가 소련제 MIG-19를 몰고 귀순할 때, 방송에서는 실제상황이라며 공습경보를 발령하였는데, 제 아내는 배게 하나를 들고 교회당 기도실로 뛰어갔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대피하라고 야단법석을 떤다고 하면 어디로 피신하시겠습니까? 유대인 투사들과 로마 군인 사이에 벌어졌던 유대전쟁(주후 66-70)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곳이 예루살렘 성전이었다고 합니다. 성전이 자신들을 지켜 주리라고 믿었다는 주장이 가장 강합니다. 제가 현역일 때 한 장로님 내외분은 로마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하고는 그 화려하고 웅장한 성전에서 죽을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는 여행 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유대 전쟁을 예언하셨는데,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날이 올 것이다.”(6) 하신 것입니다. 철저하고 처절한 파괴를 예언하신 말씀입니다. 성전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고, 성경책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십자가 목걸이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성전이나 성경 그리고 십자가는 우리들 신앙생활에서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신앙의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들은 신앙의 도구일 뿐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렇듯 신앙의 도구들을 신앙의 대상처럼 여기게 된 것은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며칠 전 아들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가까운 양수리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생일을 맞은 당사자에게 축하금 봉투를 전했는데, 그날은 제 아내에게 축하와 감사의 봉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아 키우느라고 고생했다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는 아이들의 생일날은 아내를 축하하고 감사할 기회로 가지려고 합니다. 생일의 의미는 당사자보다는 그를 세상에 존재하도록 수고한 사람이 축하받을 날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내가 참으로 기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성전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습니다. 저는 성전을 하나님이 계신 집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성전이 다른 어떤 건물보다 아름다워야 하고 거룩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성전이 하나님이 계신 집이라는 의미를 독점함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킨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은 성전에만이 아니라 온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시는데 말입니다. 물론 성전의 가치는 하나님을 예배할 때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배 가운데 임재하고 계시다는 상징으로 촛불을 켰던 것입니다. 그럼으로 성전이 제 값을 지니려고 한다면 하나님을 올바르게 예배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르게 선포되고 있을 때이며, 하나님의 이름이 올바르게 찬양될 때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려는 의지로 세상을 향해 흩어지고,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의 모습인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때입니다. 이와는 달리 아름다운 건물로써만 존재하거나,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 외쳐지지 않는 한낱 저자거리의 이익단체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면, 그런 성전은 반드시 파괴되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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