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91(2023. 7. 12. 수요일).

시편 시 2:10-12.

찬송 37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코코 샤넬은 세계적인 명성답게 항상 멋스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습니다. 헌데 그런 샤넬에게는 가까운 사람들도 몰랐던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일수록 모조보석으로 치장을 했다는 것인데요. 돈만 많을 뿐인 사람들을 놀리는 샤넬만의 방식 이었다고 합니다. 명품의 가치는 스스로 인정하고 매기는 것이겠지요. 값비싼 호텔에 하루 묵는 것과 편안한 내 집의 잠자리를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 하듯 스스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명품이니까 말입니다.

    가끔은 가치관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뭘 입어도 잘 어울리고 빛나 보였던 젊음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물질에 대한 가치관은 크게 흔들리곤 하지요. 나이를 먹어 갈수록 옷맵시가 좋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떠올리고 말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명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하지요. 덕분에 명품에 대한 전체적인 소비가 늘어서 햄버거처럼 어느 곳에서나 명품을 볼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빛나 보이게 하기 위해서 물질로 치장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물질은 내 몸에서 반드시 분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지요. 그리고 그 순간 느끼게 되는 초라함은, 아마 과한 치장을 하기 전보다 더 큰 것일 테고 말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714일 방송>

 

2. “최후의 만찬(14-23)”을 읽었습니다. 어떤 분은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똑같은 본문을 다양한 시각으로 번역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표제어만 해도 그런 흥미로운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헬라어 성경은 주의 만찬의 제정이라고 하고, 개역성경은 마지막 만찬으로, 공동번역과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최후의 만찬으로, 예루살렘 성경은 성찬의 제정으로 새번역은 주의 만찬으로 표제어를 붙이고 있습니다. 어느 번역이 잘된 것인지를 가려보자는 의도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번역이 주는 의미가 다양하다는 것과 그 미묘한 차이가 본문말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뜻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말씀을 읽을 때, 제각각 다른 느낌으로 수용합니다. 그래서 설교자는 낙심하지 않고 설교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어느 주일에 죽을 쑤었다고 교인들과 인사하는 것까지 부끄러워진 그런 날에도, 두 손으로 목사의 손을 감싸 안으면서, “목사님, 오늘 저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의 번민과 두려움을 싹 쓸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설교였으니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죽은 쑨 설교를 두고도 누군가는 이렇듯 감동과 기쁨을 얻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표제어는 객관적인 사실로는 주의 만찬이나 마지막 만찬으로 무방합니다. 그러나 해석이 들어간 표제어는 최후의 만찬이며 동시에 성만찬의 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식교회(儀式敎會)에서는 매 주일 성찬 제정의 말씀으로 오늘 본문을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어거스틴의 성만찬의 정의를 존중합니다. 그는 성찬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은총의 눈에 보이는 표지라(A Sacrament is a visible sign of an invisible grace.)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성찬의 성경적 특징을 첫째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Deo mandata), 둘째 주님이 제정하신 눈에 보이며 느끼는 요소들인 점(visible & sensible), 셋째 구원의 약속이 담겨있는 점(promissio evangelicae)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만찬을 앞에 두고 오랫동안 많이 기다린 만찬이라고 하시며, 하나님의 이 유월절 만찬의 본뜻이 하나님 나라에서 성취하기 전까지는, 두 번 다시 유월절 만찬을 먹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저 유명한 유월절 만찬의 의미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먼저 감사 기도를 올리신 후, 포도주를 나눠 마시라 말씀하시고, 떡을 들어 감사 기도를 하신 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것은 너희에게 주는 내 몸이라 말씀하신 후,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라 하셨습니다. 그런 다음에 잔을 들어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라 하신 후,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예배에서 성찬을 시작하면서 선언하는 이른바 성찬 제정의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슬픈 사실도 밝히셨는데, 바로 이 식탁에서 주님을 팔아넘길 자가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찬에 참예한다고 해서 구원의 백성이 아니라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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