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293(2024. 1. 30. 화요일).

시편 시 42:6-8.

찬송 20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낮의 볕으로 약간의 온기가 올랐던 대지가 싸늘하게 식어가곤 합니다.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라면, 대지가 식으면서 생기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땅 위 모든 존재위에 가볍게 드리우는 시간도 바로 지금이지요. 그러한 작은 물방울들은 아침이 되면 하얀 찬 서리로 변해 있을 겁니다. 구름이 이불처럼 대기를 뒤덮고 있어서 포근한 날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은빛의 서리로 뒤덮인 동네는 달빛 아래 흡사 내가 알고 있던 곳이 아닌 듯 보이기도 하지요. 바로 이 계절,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서리가 내린 밤 풍경, 무심한 듯 서늘한 그 모습이 조금은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계절만의 풍경을 즐기는 일도, 이제는 점 점 먼 이야기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이나, 처마 밑에 줄지어 매달려 있는 고드름, 담장 아래 있는 눈사람을 본 기억도 어느 덧 가물가물 해 집니다. 사과처럼 빨개진 볼로 눈싸움을 하는 동네 아이들 모습도, 이젠 간간히 눈에 띌 분인데요. 그 많던 개구쟁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살랑살랑 소리도 내며 눈을 맞을 그 덤을 다는 그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의 시 한 구 절 처럼, 이 겨울의 풍경은 왠지도 고즈넉하고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마음에 드는 한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단단히 마음을 여며야 하겠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130일 방송>

 

2. “생명의 빵 2(41-51)”을 읽었습니다. 요즘 우스갯말로 삼식/三食이가 가장 불편한 존재라고 한답니다. 저의 경우는 아침은 선식/鮮食으로 제가 차려서 먹고, 점심은 대개 밖에서 먹고, 저녁은 아내가 준비한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다 한 달에 보름 정도는 아산으로 내려가서 제가 준비해서 먹으니까 아주 우량한 식구에 해당될 것입니다. 저는 하루의 식단을 머릿속에 짜서 그대로 실행하는데, 역시 아침은 선식, 점심은 국물이 있는 백반, 저녁은 만두나 고구마 등으로 화려한(?) 식사를 합니다. 요즘은 비빔밥을 자주 만들어 먹곤 하는데, 얼마나 맛도 있고 잠도 잘 자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처럼 우리는 가난한 살림살이로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식구들이 많아서 식량이 언제나 모자랐고,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하곤 했습니다. 매일 이른 아침이면 쌀 한 봉지를 사기위해 심부름을 다녔던 기억은 지금은 아름답게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예수님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이다.” 는 말씀에 열불이 난 유대인들이 시비를 걸고 나온 것입니다. 우리가 동시대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리라고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웅성거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요셉의 아들로, 그 가족들도 다 꿰고 있는데, 하늘에서 내려왔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하고 말입니다. 그때 주님은 엉뚱한 말로 대답하셨습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랬습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인도하지 않으시면 누구도 주님께로 나아올 수도, 주님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믿음에 이르는 길이고, 구원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고백, “주님은 나의 구주이십니다.”는 아무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주 오래 전에(80년대 말 경), 한남동 감리교 여전도회관 뒤편에 있었던 <할렐루야 축구단> 숙소를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와서 설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기도회를 마친 후 축구단 선수들과 둘러앉아서 담소를 나누는데, 축구단을 창립한 최순영 장로님의 일화를 전해 주었습니다. 장로님은 예수를 믿던 안 믿던, 좋은 말을 하던 욕설을 하던 간에 많은 사람들이 할렐루야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셨답니다. 할렐루야라는 말의 뜻이 여호와를 찬양하라.”였기 때문이라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비기독교인 들에게는 할렐루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고 알라보았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임마누엘 축구단>도 생겼는데,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처음 가졌던 그 값지고 귀한 생각을 지킬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가나안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고, 안티 크리스천들이 많은 비난을 하는 현실을 마주대하면서도, 그래도 감사하고 몸매를 추스르고 제정신을 차려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신앙의 자유와 기쁨은 우리에게는 넘치고 넘치는 하나님의 은총인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지 않으셨다면, 주님의 이름도 찬송도 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3. 묵상식구이신 미국의 엥글러 목사님은 손자의 세례식 사진을 보내오셨고, 상해의 고형식 집사님은 막내따님이 영국 유학중인 소식을 전해 오셨습니다. 주안에서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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