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700(2025. 3. 12. 수요일).

시편 108:8-10.

찬송 21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분노라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매우 위험한 순간이다. 아무리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단 한 번의 분노로 자신의 인격과 삶을 송두리째 불태워버릴 수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흑인 장군 오셀로가 베니스의 원로원 의원 브라반시오의 영애인 데스데모나와 눈이 맞아 베니스의 관습을 무시한 채 그와 혼인을 했는데, 늘 흑인이라는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기수인 이아고는 오셀로의 부관으로 승진할 기회에 캐시오가 가로챘다고 생각, 케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불륜 관계라고 헛소문을 퍼트린다. 이에 격분한 오셀로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인다. 그런데 아내의 시녀 에밀리아가 이아고가 꾸민 거짓말임을 폭로하자 슬픔과 치욕감에 스스로 자결하고 만다.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더라면,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들 인간이다.

 

2. “모세가 죄지은 백성을 위하여 빌다(13-21)”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나 성품 그리고 행동이 속 좁은 노인네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본문이 그렇습니다. 출애굽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호렙산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속을 썩혀드렸던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건으로 모세가 계명을 받으려 호렙산에 올라간 사이에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거역하여 금송아지를 만든 사건입니다(32:1-35). 하나님을 대신해서 우상을 만들고 숭배한 사건이었으니, 하나님께서 화가 얼마나 나셨으면 그 백성들을 없애버리려 하셨다고 기록하셨을까? 그리고 저 백성이 얼마나 고집이 센가를 내가 이제 알았다. 말리지 마라. 내가 저들을 멸하여 하늘 아래에서 그 이름이 사라지게 하리라.”(14)고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러실 수 없는 분이신데 말입니다.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과 맺으신 약속은 어떻게 하고 싹 쓸어버리시겠다는 것입니까? 이런 구절을 읽을 때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모세의 기록입니다. 모세는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기는 이스라엘을 보았을 때,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도 그러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을지라도 전하는 모세는 숨을 한 번 더 쉬고 목구멍으로 그 말씀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마음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필 수 있기를 바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의 글을 멈추게 하지 않으셨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마음을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처럼 표현했던 것입니다.

    신학에서는 신탁(oracle)을 신의 계시나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마 5:18에는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고 말씀하실 때의 일점일획이란 문자 그대로 한 글자 한 획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의미를 말한다 하겠습니다. 가령 우리는 수백 가지의 번역본 성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맥상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심주제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거나 듣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전이해/前理解를 가지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사복음서가 서로 다르게 기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설교자의 말씀을 듣고도, 전혀 다르게 수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견지해야 할 것은 문자가 아니고, 그 중심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문자적으로 이해한 나머지 하나님을 속 좁은 노인네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맥락적 이해가 중요합니다. 저의 어머니처럼 촌로들은 욕설도 사랑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가 났을 때 퍼붓듯하는 말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 큰일 납니다. 저의 큰 아버지는 육시/戮屍를 할 놈들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셨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나 그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 끔찍한 말을 말입니다. 오죽했으면 하나님의 일꾼 아론을 없애버리려 하셨을까요? 이렇게 화난 하나님의 노여움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모세는 40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야훼 하나님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속을 썩여드린 자기 백성의 죄를 위해서, 죄에 가담하지 않았던 모세가 대신 속죄의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마음을 돌이킨 하나님은 금송아지를 불에 녹여 가루를 만들어 산 아래 개울로 흘려보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3. 저의 부친이 생전에 사랑하신 찬송가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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