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0(2000.11.7, 화요일)
성경말씀 : 잠언 28:20.       
찬송 : 455장.
제목 :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1. 오늘도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 가운데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2. 우리 민족성처럼 굳어지고 있는 이른바 ‘빨리 빨리’ 문화에 대해서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빨리 빨리 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이런 빨리 빨리의 문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개찰구를 나갈 때에도 줄서기를 하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 병목 현상 지역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는 새치기 운전자들, 식당에서 주문하기가 무섭게 ‘빨리 주세요.’를 외치는 사람들. 우리 자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현 주소입니다.
물론 ‘빨리’ 예찬자들도 없지 않습니다. 어떤 한국 주재 외교관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정의 배경에는 빨리 문화가 있다고 극찬하는 글을 신문에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맞는 말입니다. 이런 빨리 문화가 부지런함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부터 일하는 민족은 그리 흔치 않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흔치 않은 민족 중에 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3. 빠른 성공과 출세에 대한 집착은 종종 순리보다는 억지를 부리게 되고, 불법과 부정을 마다하지 않는 역반응을 보이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우물에서 숭늉을 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순서와 과정을 생략한 대표적인 빨리 문화의 한 예라 하겠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하면 순서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수업시간에 충실하게 참여해서 강의를 잘 들어야 하고, 예습 복습을 매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험 준비를 게을리 말아야 합니다. 이런 순서와 과정을 생략한 체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하니까 자연히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마련입니다. 성공과 출세도 그렇습니다. 성공하려면 그만한 과정을 치러야 하는데, 많은 땀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거기에다 주변 여건도 많은 도움이 뒤따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런 과정들을 생략하고서 빨리 성공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부정과 불법을 저지르고 오히려 더 후퇴하는 인생을 살게 되곤 합니다.
4. 어느 정신과 의사가 쓴 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어린 자식을 좀 천천히 키우라는 얘기였습니다. 빨리 걷고 뛰게 하고 빨리 말하게 하고, 빨리 노래하게 만드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좀 천천히 키운다는 여유를 가지라고 합니다. 요사이 잘 쓰는 말처럼 “입장을 바꿔 보라.”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 입장에서 정신적인 성장과 함께 육체적인 성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만 성장하고 보이지 않는 정신은 여전히 어린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보고 있지 않습니까? 소위 졸부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말입니다. 고생해서 번 돈이라면 한 푼 한 푼을 값있게 사용할 터인데, 갑자기 굴러들어 온 돈이기에 흥청 망청대는 모습이 우리 사회 분위기를 얼마나 흐리게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소비성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비정상적인 술집이 발전한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빨리 일을 성사시키려는 어두운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젠 좀 천천히 성장하도록 생각해 보십시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면 자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땀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5. 속도 조절을 합시다. 빨리 할 것은 빨리 합시다. 위기(危機)를 만난 사람이라면 빨리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천천해 해야 할 것은 너무 서두르지 맙시다. 예수님께서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미리 당겨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옛날에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루하루 그 날의 걱정만으로도 벅찬 우리들의 삶인데, 거기다가 다음 날의 일까지 당겨서 걱정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내일 일은 내일 하십시오. 오늘 하는 일에 충실하면 내일 일은 훨씬 수월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조급하고 분주해 질 때, 기도하십시오. 속도 조절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과 상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여러분 주변의 가까운 분과 의견을 나눠보십시오. 이것도 탁월히 좋은 속도 조절용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빨리 달려간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유혹과 잘못된 덫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충실한 삶, 곧 속도조절이 잘 이루어지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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