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2211(2007. 6. 6. 수요일).

시편 시 94:20-23.

찬송 25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면, 그 의견이 모두 다르다, 당신의 의견이 비록 옳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남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은 설득 당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의견이란 못질과 같아서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자꾸 앞이 들어갈 뿐이다. 진리는 인내와 시간이 절로 밝혀줄 것이다.” 바르 스피노자가 남긴 말입니다. 1677년 스피노자가 죽었을 때, 그의 얼마 안 되는 재산이 경매 처분 되었습니다. 법정 상속인이 없었기 때문인데, 여기는 160여권의 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 사후에 친구들이 펴낸 책까지 많은 저서를 남긴 스피노자가 세상에 머문 기간은 45, 그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화할 목적으로 라인 강변에 있는 조그만 마을로 들어가 칩거 하면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 28살 무렵이었으니, 17년 동안이 그가 자신의 철학을 세상에 내 놓았던 기간이었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말이 결코 어느 한 순간에 나온 말이 아니었지요. 비록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이미 그것은 결정되어 있는 일, 우리가 걱정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차라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스피노자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이 옳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남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말 역시 이런 이해 관에서 비롯된 것이었지요. 그의 생각하나 더 떠 올려 봅니다. “자신이 할 수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사실은 하기 싫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은 성공할 수 없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6721일 방송>

 

2. 군산 강습회에서 한 젊은 목사님이 <좁은 문>의 비유를 어떻게 해석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이 본문으로 여러 차례 설교를 준비했으니까 나름대로 체계 잡힌 이해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언제나 처음 듣는 말씀처럼 깨닫곤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강하게 권고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말입니다. 좁은 문은 상징성을 가진 낱말입니다. 그것은 넓은 문과 비교되는 말입니다. 누구나 들어가기에 쉽고,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왜 이런 힘든 문을 택하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거기에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과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들어서는 것이 시류에 맞는 일이고, 적절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런 대중화에 눈을 뜬 사람들이 출세하기 마련입니다. 유행을 선전하고 그런 유행에 뒤지는 사람을 비웃는 말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이용해서 꼬리를 물고 다이어트 비법을 선전합니다만, 성공확률은 단 10%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수 십차례 그 비법을 따라한 후가 될 것입니다. 대중화, 혹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는 멀쩡한 사람들을 눈먼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

   좁은 문은, 자기 자신의 생각과 자기 자신의 목적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려면 남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곳은 일단 피하라는 뜻입니다. 남들을 따라하는 무의미한 동작도 멈추라는 뜻입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스스로 판단을 한 다음에 행동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마는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꾸중을 듣긴 했지만, 그를 통해서 우리는 좁은 문을 찾아가는 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좁은 문은 쉽고 편한 길 보다는 차라리 힘든 삶을 살아가라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직업 10>를 고집스럽게 가르치신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지금도 모교에 강단 뒷면에는 덩그랗게 액자에 그 글귀가 걸려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월급을 제일 적게 주는 곳을 택하라고 합니다. 이런 교훈은 오늘처럼 직장을 구하기 힘든 때에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기도 없고, 잘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만들거나, 무엇보다도 몸이 고된 직장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쩌면 거기에 희망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보람도 크겠지요.

   우리는 오늘 좁은 문을 향해 당당히 걸었던 또 다른 모습의 위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하나 뿐인 목숨을 내 던졌던 순국 선열들이 그들입니다. 오늘 저는 친구를 만나러 꽃 한 송이를 들고 국립 현충원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육군 소위로 꽃다운 나이에 장렬하게 DMZ에서 산화한 제 친구는 고 육 완수 소위입니다. 어쩌면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동생을 만날지 모릅니다. 오늘은 이런 슬픔을 안고 있는 이웃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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