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2213(2007. 6. 8. 금요일).

시편 시 95:6-11.

찬송 52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에서 남자의 열정을 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뛰어난 사람들의 공통점, 아마도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걸 텐데요. 국문학자 정민 교수는 [미쳐야 미친다는 책에서, 자신의 일에 미쳐서 기어이 어떤 경지에 오른, 즉 높은 경지에 미치게 된 화가 이징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연암 박지원도 어떤 책에서 이 징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이징이 어려서 다락에 올라가 그림을 익혔는데, 집에서는 아이가 있는 곳을 모르다가 사흘 만에 찾았다. 아버지가 노하여 매를 때리자, 울면서 눈물을 찍어 새를 그렷다. 이는 그림에 영욕을 잊은 자라고 말 할 만하다.” 그가 그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이 되시나요? 어린 아이가 울면서 그 눈물을 찍어 새를 그리고 있을 때, 아마도 그 부친도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겠지요. 하지만 이런 마음이 진정한 예술가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훗날 어린 아이의 예술가의 땀방울이 되었을 겁니다.

   왕족 화가인 이경윤의 서자로 태어난 이징은 조선 중기의 화가였는데요. 그는 산수 인물 화훼 등, 그림을 그리는 명장으로 이름을 크게 날린 화가입니다. 인조는 주위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궐내 가까운 곳에 두고 그의 그림을 즐겼고요. 사람들은 이징의 그림을 한 점 얻으면 보배처럼 간직했다고 하네요. 그의 사후에 [홍길동전]의 허균은 이징은 조선 제일의 화가라고 했고, 18세기 이전의 화가로는 그의 작품이 제일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의 미술 평론가인 남태웅은 그의 그림을 두고, “대가였으나 예법을 넓게 구사하되 웅혼한 맛이 없고, 정밀하나 오묘하지 못하며, 기교에 능하되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라고 하면서,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노안도><연사 모종도> 등이 있는데요. 어린 시절의 이징의 모습을 보면 당대 최고의 화가가 될 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지요. 비록 이징처럼 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다 바친,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젊음, 젊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7525일 방송>

 

2. 성경 말씀을 읽는 신세대 젊은이들은 시대의 흐름과는 코드(code)가 맞지 않은 말씀에서 고개를 흔들지 모르겠습니다. 본문만 해도 그렇습니다. 자기 PR(소개)을 잘하기 위해 배우기까지 해야 되는 때에, 오히려 자신의 장점이나 능력을 숨기라는 뜻으로 들리는 말씀이 내숭떠는 말처럼 느껴지는 때문일 것입니다. “고개를 조금 더 쳐들어 보세요. 그렇게 해서 보이겠어요?” 강습회에서 사진기사가 의례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청함을 받았을 때에 상좌에 앉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많은 오해 속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씀의 본뜻은 이렇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 제 마음대로 앉아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오래 전에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한 식당에 들어 온 한국인 여행객들이 창가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론 종업원이 안내하는 얘기를 못 알아들은 때문도 있겠지만, 막무가내로 그 자리를 고집했는데, 결국 쫓겨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초대한 자리는 더욱 더 자리 잡기에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안내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 그렇지요. 그러나 어디에서건 보통석과 특별석이 있게 마련입니다. 결혼식 자리라면 신랑신부와 양가의 혼주석이 특별석일 것이고, 어떤 만찬 자리라고 하면 주인의 자리 옆이나 가까운 자리는 바로 그런 자리일 것입니다. 이런 자리를 성경에서는 상석(上席)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석을 제 마음대로 가서 앉는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고 바보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그 상석이 바로 내가 앉을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만약 5억 원이라는 공탁금(일정한 표를 확보하면 되돌려 주게 되나, 그렇지 못하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는 출마등록금) 제도가 없다면, 아마도 수 백, 수 천 명이 TV에 나오는 진풍경을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자신이 그럴만한 위인이 아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두고 보십시오. 뜬 구름 잡듯 하는 얘기꾼들이나, 신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까지 등장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백성들은 국가의 먼 장래를 설계하고 실현 가능한 꿈을 꾸게 해 주는 그런 역량을 가진 지도자를 찾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들의 열띤 논쟁은 백성들을 희망에 가득차고 신명나게 해 주려는 것이어야 하겠는데, 이합집산은 물론 상대의 흠집을 내는 일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좌에 앉히고 싶은 지도자는 생각이 깊고 뜻이 높으며, 또 멀리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재자형은 어떤 경우에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그저 잘 살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에는 더 이상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신뢰가 가고, 헌신할 인격, 능력 그리고 겸손을 가진 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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