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943(2012. 3. 3. 토요일).

시편 128:4-6.

찬송 43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키가 한창 쑥쑥 자랄 때, 어른들은 말씀하셨습니다. 꼭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자라는구나. 대체 콩나물이 어떻게 자라길래, 궁금했지요. 다른 식물들한테처럼 햇볕과 물은 꼭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는데 햇볕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콩나물시루는 언제나 검은 색 천에 덮여 있었으니까요. 그 컴컴한 시루 안에서 콩나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래서 콩나물들이 물음표 모양으로 생겼나 봅니다. “콩에 햇볕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시간동안/ 밑 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에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 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 나오는 노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 올려보는 그 천지 개벽김승희 시인의 <콩나물의 물음표> 라는 시에서 일부 읽어봤습니다. 만약에 콩나물이 그토록 컴컴한 곳에서 자라지 않는다면, 어쩌면 물음표로 생기지 않게 되었을 지도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햇볕을 받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자라는 파는 오히려 속이 더 꽉 차 있습니다. 옛날에는 겨울에 채소가 부족하니까, 땅에 움을 파고 거기에 파를 묻은 후에, 다시 어두운 색 천을 덮어 키웠는데요. 이렇게 기른 파를 움파라고 했습니다. 햇살 하나 보지 못했는데, 하얗게 속살이 꽉 차 있어서 국을 끓여먹거나 전을 지져 먹으면 별미였지요. 하지만 여름에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파는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이렇듯 생명이 자라는데 찬란한 햇살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때론 어둠은 물음표를 키우고, 속을 꽉 채워 갑니다. 콩나물의 물음표처럼, 음파의 하얀 속처럼.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22일 방송>

 

2. 예나 지금이나 불길한 꿈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냥 꿈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면 될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꿈에 개인이나 나라의 명운(命運)이 걸린 듯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높은 자리에 올라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오늘의 주인공 애굽의 왕 바로는 자신이 꾼 꿈을 해몽하기 위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로가 꾼 꿈은 매우 대조적인 꿈이었습니다. 짐작은 해 볼 수 있지만, 정확한 해석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온 나라 안의 술객이나 박사들을 다 불러들였지만, 누구하나 속 시원히 풀어내질 못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2년 동안이나 옥에 갇혀 있던 요셉이었습니다.

   왕의 꿈에 대한 해석이 신통치 않자 그제야 왕의 술 맡은 관원장이 옛 생각을 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이 옥중에서 꾸었던 꿈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었던 한 히브리 노예를 기억해 낸 것입니다. 술 맡은 관원장이 왕 앞에 나아가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요셉을 왕의 꿈 해몽가로 천거하게 됩니다. 요셉이 바로 왕 앞에 등장하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우리는 삶의 길모퉁이에서 눈앞에 닥친 문제들만 바라볼 뿐이지만, 좀 더 길게 삶의 방향성을 반추해 볼 여유가 필요합니다. 형들의 미움을 사서 유대 광야의 물 없는 웅덩이에 빠지게 된 일에서 시작되어, 시위대장의 노예로 팔려간 일유혹을 받았으나 뿌리친 것이 되레 유혹자로 뒤집어씌워 2년 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일이, 바로 애급 왕 앞에서 서게 되는 목표를 향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점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면 자기 민족을 형성하고 민족의 신앙정기를 세우게 되는 목표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눈앞만 보지 말고, 삶의 방향을 그리고 더 큰 목표를 볼 수 있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3. 고등학교 동창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평안한 아버지의 나라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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