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12호.
시편 77:10-12.
찬송 20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부시맨들의 생활을 관찰한 인류학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시맨들은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잡기 위해서, 우물 근처에는 절대로 덫을 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실 물이 동물들에게 있어서도 삶의 필수조건인 까닭도 있겠지만요, 더 나아가서 동물들이 물을 마시면서 쉬는 시간에 고요와 평화를 지켜주기 위한 배려라는 생각도 들지요. 우리에게 주말이란 우물에서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순간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KBS FM 1, FM가정음악, 2008년 3월 1일 방송>
2. 오늘은 부활절 둘째주일로 사도서간의 말씀 벧전 1:3-9을 본문으로 “불로 연단한 믿음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 합니다. 부활절은 7주간 계속되는 기독교 최대의 절기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예수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이 주제는 기독교 진리의 요약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나 부활 없는 십자가의 유혹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진리라 하겠습니다.
인류의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발견해야 합니다(3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 세계는 전대미문의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확진자와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방영되고, 국경이 폐쇄되고 생필품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것은 물론, 언제 누구로부터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세상을 무겁게 누르는 때문입니다. 전쟁의 공포보다도 소리 없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위험이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받고 있습니다. 문명을 자랑하던 나라들이 차례로 넘어져가고 있는 이 때에, 과연 인류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을 찬양하자고 입을 떼면서, 예수님의 부활로 온 인류에게 살아 있는 희망을 주셨다고 그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믿는 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하셨습니다(4-5절).
썩을 수밖에 없고, 초라하다 못해 추해지고, 시들어 버리는 육체 앞에서 절망감을 느낀다면, 초로(初老)에 들어섰다는 증표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 죽음에 대해서, 죽음 다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사도 베드로 역시 이런 과정을 통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주님의 부활을 기억할 때 찬바람이 훅하고 불었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 때문입니다. 그것은 모든 믿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을 형제들에게 편지로 알린 것입니다. 썩고 시들어서 죽게 될 인생에게 유일한 희망이란 다시 살아나는 것, 그것은 부활이라고 말입니다. 사도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불로 연단한 믿음이라고 확인합니다.
믿음은 불로 연단 받아야 최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6-9절).
루터교회가 자랑하는 목사 본회퍼는 값싼 은혜와 값비싼 은혜에 대해서 설교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도록 요구하지 않는 은혜, 십자가가 없는 은혜, 그리고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값싼 것으로 만드는 은혜”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값비싼 은혜란 그 정반대입니다. 자신의 전부를 다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일이고, 그리스도의 정신과 삶을 따르기 위해 온갖 시련과 역경을 짊어지는 일입니다. 참된 믿음이란 이런 은혜를 누리기 위해서 불같은 시련으로 달궈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아멘과 할렐루야가 천박하게 외쳐지는 거기에는 값싼 은혜에 중독된 사람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사도는 순수한 믿음을 두 차례나 언급하고 있습니다. 불로 태워져서 더 이상 잡것들이 다 타버리고 녹아버린 깨끗하고 아름다운 믿음, 가치 있는 믿음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만이 알아보실 믿음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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