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26.

시편 78:42-47.

찬송 15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가 손주 아이를 안고, 벤치에 앉아서 따뜻한 봄 햇살을 맞고 있습니다. 햇살이 할아버지의 얼굴과 그리고 아이의 얼굴에 내려앉습니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몸을 돌리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아이와,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벤치에 내려놓으며 오히려 햇살을 향해서 돌아앉는 할아버지. 따가운 봄 햇살이 감사하고 좋아지는 때가 되면, 제 옆자리에도 자그만 아이가 앉아 있겠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14327일 방송>

 

2. 오늘은 부활절 넷째 주일로 복음서 요한복음 10:1-10을 본문으로 계시의 복음이란 제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시란 말은 감춰진 것을 드러내 보여주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천국에 관한 기록인 요한 계시록에 대해서 궁금증과 함께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야 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참계시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요한복음서는 목자와 양으로써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를 말씀합니다(1-5).

계시복음이란 나는 00이다.”는 형식을 가진 복음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서에는 이런 형식의 말씀들이 많다는 점에서 계시복음이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예수님을 목자로 우리들 인생을 양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목자와 양의 관계는 매우 특별합니다. 절대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는 점입니다. 간혹 소위 삯군의 목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목자들은 양들의 생명과 건강한 삶을 위해서 헌신하는 존재입니다. 마찬가지로 양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목자에게 다 맡기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서로는 서로에 대해서 확실한 신뢰감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목자와 양의 관계는 어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인격적인 생명 공동체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생들의 선한 목자로 자원하셨다 말씀하십니다(7-10).

나는 문이다.”(9)나는 착한 목자이다.”(11)는 계시는 자발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외적인 강압이나 부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계시복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자발성과 자원적 선택 때문에 예수님의 목자직은 진정성과 순수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우리 인간의 생명을 지키시고 보호하심을 약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 머물 때는 적어도 사흘에 한번 꼴로 한강 수변도로나 도봉산 둘레길을 찾습니다.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선한 목자가 계심을 진지하게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입에서는 절로 찬송이 나오고 감사의 말도 흘러나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로써 선한 목자이심을 증거하고 있습니다(11-16).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론적인 말이 아니라 경험적인 말입니다. 요즘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이 자주 외신의 화두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그분은 메르스 사태 때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 중용되어 이번 사태를 맞아, 그 누구보다도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동의로 시민 사회가 문제해결에 동참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고 합니다. 하루 16시간 근무에 “1시간 이상은 잔다.” 는 발언과, 심지어 3월 업무추진비로 50,800원을 사용한 그녀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본부장의 솔직한 발언과 냉정한 분석 그리고 일관된 침착함을 꼽으며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 불렀습니다. 역경에 물러서지 않고 온 몸으로 맞서 분투한 모습은 우리 주님의 십자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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