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39호(2020. 5. 16. 토요일).
시편 80:4-7.
찬송 28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뭔가 실수했을 때 너무 힘들 때 누군가 그렇게 말해 준다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안이 되겠지요. 세상을 욕심 없이 한 평생을 소풍처럼 보낸 시인 천상병. 그가 간경화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다시 태어난 그 시점에 출간됐던 책의 제목이 바로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이었습니다. 아이처럼 순순하고 낙천적이었던 시인 천상병은 어느 날 친구 목 순복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순옥을 데리고 나왔고, 친구들은 그녀를 전부 동생으로 삼았었는데, 훗날 천상병 시인이 그녀와 결혼하게 됩니다. 대학 2학년 때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했고, 또 3학년에 문학평론가로 등단해 평론활동도 시작하지만, 4학년 2학기 때 학교를 자퇴해 버리고 마는데요. 취업에는 관심 없이 글을 쓰던 그는, 너무 가난해서 늘 친구들의 신세를 졌는데, 그중의 하나가 대학동문이며 독일 유학을 다녀온 강 빈구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가깝게 지내며 술을 얻어먹고 막걸리 값을 몇 푼씩 받아썼던 게 화근이 돼, 얼토당토않게 동백림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모진 고문의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두 번이나 길에서 쓰러져 정신병원에 실려 간 그를 밤낮없이 간호했던 건 바로 후일에 부인이 된 목 순옥 여사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은 줄 알았던 친구들은 [새] 라는 제목의 유고시집을 내 주었고, 덕분에 그는 살아서 유고시집을 낸 유일한 시인이 됐으니 참 웃지 못 할 일이지요. 그를 괴롭히던 고문 후유증과 간경화 때문에 1993년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자, 들어온 조의금. 유가족들은 생전 처음 만져보는 이 큰 돈을 대체 어디다 어떻게 둬야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합니다. 생각다 못해 시인의 장모가 그 돈을 아무도 몰래 아궁이 깊숙이 넣어 두었고, 또 그걸 몰랐던 목순옥 여사가 쌀쌀해진 봄 날씨에 불을 때는 바람에 모두 재가 되었다고 하니까, 이 또한 웃지 못 할 일화가 되었지요. 그렇게 천상병 시인은 목 여사가 운영하던 인사동 찻집과 같은 제목의 시 <귀천>의 일부처럼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건/ 한 잔의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가난은> 이라는 그의 시구 또한 마치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라고 우리 등을 두드려 주는 것 같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6년 5월 24일 방송>
2. “축절(祝節)들 2(23-44절)”을 읽었습니다. 어제 소개드린 대로 오늘은 5~7번째 기념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섯 번째 기념일은 새해맞이로, 이 날은 칠월 초하루입니다. 이날의 제물은 태워드리는 번제입니다. 6번째 기념일은 죄 벗는 날인데 이날도 제물을 번제로 드리는데, 모든 기념일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아야 하고 오직 제물을 드리는 일만 해야 합니다. 만일 이날 단식하지 않거나 일을 하는 사람은 민족으로부터 쫓겨나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7월 9일 저녁부터 10일 저녁까지 그렇게 해야 합니다. 7번째 기념일은 초막절로 7월 보름부터 7일간 지키는데, 매일 야훼께 제물을 바치며 다른 어떤 생업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7 기념일 중에서도 유월절(과월절), 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을 3대 명절로 칭하며 모든 유대인 성인 남자는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와서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기념일을 지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저마다 기념일을 지킵니다. 가족의 생일에서부터 결혼기념일 그리고 세례기념일 등이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카드만 파는 가게가 있는데, 가령 매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생일카드만 100종류가 됩니다. 나이별로 카드가 진열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탄절에는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캘린더 선물하는데, 그 캘린더엔 일가친척의 생일이며 결혼기념일 그리고 세례기념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따라해 보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자식들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새 캘린더 도착하면 가족 생일부터 기록합니다. 하나님께서 국가적인 기념일을 율법으로 정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남다른 국민의식을 교육시키는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민족의 동질성 혹은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교육하셨다는 뜻 말입니다. 삼일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라밖을 떠돌며 항일투쟁에 일생을 바친 선열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어디 후손이라 할 수 있을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묵상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상의 축복 : 평범한 일상(日常). / 레 26:1-13. (0) | 2020.05.19 |
---|---|
희년법(禧年法) 적용도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 레 25:35-55. (0) | 2020.05.18 |
기념일을 지키는 의미와 목적. / 레 23:1-22. (0) | 2020.05.15 |
거룩하게 살아가는 길. / 레 19:20-37. (0) | 2020.05.14 |
거룩한 삶이란 힘써 제구실을 하는 것. / 레 19:1-19. (0) | 2020.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