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38(2020. 5. 15. 금요일).

시편 80:1-3.

찬송 5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 오면 감사하다.” 마치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던 여자였습니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획 돌아섰습니다. 집에 중요한 물건이라도 놓고 왔나 싶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 연보랏빛 라일락꽃이 있었습니다. 꽃향기에 발걸음이 붙잡힌 모양입니다. 뿌리치지 못했고, 휴대폰 전화를 꺼내 찰칵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곤 자기에게 언제 그런 순간이 있었냐는 듯 몸을 돌려서 다시 목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5분전만 해도 몰랐을 겁니다. 세수하고 나오기도 바쁜 아침에 자신이 걸음을 멈추고 라일락꽃을 올려다보게 될 줄은. 심지어 휴대폰전화를 꺼내서 꽃을 찍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모두 우연이었습니다. 그곳에 라일락꽃이 피어있었던 것도. 그녀가 그 앞을 지나간 것도. 향기를 맡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우연의 순간들을 맞이합니다. 대부분 의식조차 못하고 스쳐지나가지만,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우연도 있습니다. 멈춘다. 돌아선다. 기억한다. 1910년에 태어나 오롯이 한 세기를 살다가 2009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사진작가 월리 로니스가 [그날들] 이라는 책에 썼습니다. “사실 내 사진 인생을 통틀어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건 완전히 우연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은 내가 할 줄 아는 것보다 더 훌륭하게 나에게 이야기해 줄줄 안다. 내 시선을 내 감성을 표현해 주는 것이다. 사진마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뭔가 일어나고 있다. 내 인생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으니 커다란 기쁨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이런 기쁨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 오면 감사하다. 우연과의 거대한 공모가 있다. 그런 것은 깊이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면 그것에 감사하자. 내가 의외의 기쁨이라 명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에 꽂은 핀처럼 사소한 상황들, 바로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바로 뒤에도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늘 준비해야 한다.” 늘 준비해야 하는 것, 그건 운명이 아니라 우연일지 모릅니다. 어차피 운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 것도 준비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운명일 테니까요. 그보다는 삶이 우연을 가장하고 우리에게 슬그머니 아는 채를 척을 해 오는 순간, 아무런 합리성이 없는 의외의 기쁨, 그걸 놓치지 않도록.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6411일 방송>

 

2. “축절(祝節)(1-22)”을 읽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지켜야 할 규범들이 613가지나 되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것들 가운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축절들 곧 기념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축절일은 안식일입니다(3). 안식일이란 매 주간의 끝날로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거룩한 모임을 가지도록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들이 어디에 살든지 야훼 하나님께 바치는 날입니다. 두 번째 기념일은 과월절 혹은 무교절입니다. 매년 정월 14일 해지는 시간에 시작해서 7일 동안 지키는 명절로, 우리는 유월절로 익혀왔습니다. “건너 뛰어가다라는 뜻을 가진 과월절(Pass-over)은 출애굽을 위해 이집트 바로 왕에게 내린 10번째 재앙과 관련이 있는데, 이집트의 모든 가정에 첫 아들과 초태생 짐승들이 한 시에 죽이는 재앙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집 앞에서 문설주에 뿌려진 양의 피를 본 칼을 든 천사가 건너 뛰어넘었다고 해서 이 명절을 지킵니다. 우리의 광복절과 같은 기념일입니다. 세 번째는 햇곡식을 바치는 축절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첫 번째로 수확한 곡식 단을 바치는 것인데, 흔들어 드렸다고 해서 요제라고 부릅니다. 네 번째는 추수절로 요제를 드린 날부터 일곱 주간을 보내고 50일째 맞는 날에 드리는 기념일인데 훗날 오순절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머지 세 가지 축절들은 내일 묵상하려고 합니다.

   명절을 지킨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그 의미를 반추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가령 설날과 추석 같은 날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 간에 화목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잘 계승하고 있지만, 국가적인 기념일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역사의 의미가 단절될 수 있다는 불행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 그리고 한글날 같은 기념일은 지금보다는 좀 더 성대하고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내용이 있는 행사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국가의 민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딱 좋은 이런 명절들을 간과한다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를 잊어버리게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유대인들은 이런 기념일을 반드시 지키도록 명문화한 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그들의 단단한 역사관과 애국심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물론 본문에서처럼 기념일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익힌다는 것은 부럽기까지 하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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