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17(2020. 11. 10. 화요일).

시편 시 113:4-6.

찬송 44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모께> 적절할 때 받은 이모 편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모, 저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요. 엄마랑 이모랑 합동으로 절 명품 밝히는 사람 취급하셨는데, 그건 좀 지나치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마도 제가 산 반코트 때문인 것 같은데, 맨 처음 어떤 잡지에서 그 코트를 보고 첫 눈에 반했었지요. 그래서 백화점 매장에 갔는데, 종업원의 표정이 이런 거예요. “너 그거 못살 것, 다 알거든.” 그런 비아냥거리는 듯 한 시선을 참아가면서 슬쩍 걸쳐봤지요. 물론 그러면서 몰래 가격이랑, 제게 맞는 사이즈 다 확인했고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쯤 더 비싸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저 역시 뭐 이정도 쯤은 예상했었어, 이런 태연한 얼굴을 한 채, “막상 입어보니 생각만큼 예쁘지는 않네요.” 이런 식으로 나왔어요. 그래놓고 이모, 인터넷과 아울렛 매장을 샅샅이 훑어보다가, 백화점보다 무려 30%나 싼 가격으로 그 옷을 샀다고요. 그러니 제 발품 손품 팔아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으로 그 옷 손에 넣은 건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절 명품 쪽으로 매도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모 사실 저 그 반코트 산 것 후회하기는 해요. 며칠 학교 입고 다녀봤는데, 벌써 똑 같은 옷을 입고 세 명이나 봤다니까요. 참 이상해요? 동대문 시장에서 산 옷들을 입고 나가면 그런 일이 드문데. 그렇게 큰 맘 산 유명 브랜드 옷을 입고 돌아다니다 보면, 꼭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다니까요. 하긴 누가 그러더라고요. 어떤 명품 가방은 어느 동네 공식 지정 핸드백이라고. 어쨌든 지금은 석 달 용돈으로 반코트 사버린 것 약간 후회하는 중이예요. 이모 말대로 명품 신드롬에 젖어서 비싼 돈 내고,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 같은 건 다시 안할 때니까 걱정 마세요. 그리고 스테레오 잔소리, 언제나 대환영인거 아시지요? 잔소리는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하니까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16일 방송> b.

 

2. “울어라2(15-20)”주께서 거둥하실 날이 왔다(2:1-11)”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 일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과 함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해하려고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리석다 못해 참담하다 하겠습니다. 요즘 미국 대선 소식과 뒷얘기들이 무성합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선거 역사에서 낙선자의 패배 선언과 당선자의 승리 선언이라는 도식이 무너져 내렸다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낙선자의 식구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분열현상이 있다는 뒷얘기들이 들려옵니다. 남의 나라 얘기이지만, 제발 가정들은 하나로 뭉쳐 갈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와중에 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손자병법에 나온다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안 다음에는 싸움에 지는 일이 없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승자는 자신과 상대를 알고 있는 모양새고, 패자는 그 반대라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분도 일흔도 한참 넘어선 나이로, 세상 풍파를 많이 겪은 인생 고단자들일 텐데도, 너무도 다르다는데서 아쉬움이 큰 대목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는 신앙생활의 두 번째 주제,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힘쓸 일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야훼 하나님께서 거둥하신다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거둥(擧動)이란 왕이 날짜를 잡아서 행차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행차를 품격 있는 용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들 역사 속에 참여하신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역사 참여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기쁨과 승리의 날이나, 하나님의 미움을 받는 자들에게는 슬픔과 저주의 날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하나님의 행차는 매우 두렵고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역사에 전무후무한 구름으로 덮인 깜깜한 날이라고 합니다. 에덴 같던 땅이 사막이 되는 마른 풀에 불붙는 소리 같다고 합니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빛을 잃고, 거대한 군대가 성을 허물고 떼로 몰려온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미움을 받는 자들이 겪게 되는 절망입니다. 하나님은 채찍과 절망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통치하십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방법이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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