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19(2020. 11. 12. 목요일).

시편 시 114:1-4.

찬송 45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용감한 동혁 씨에게> 오늘 이것저것 내 방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릴 것과 새 둥지로 가져갈 것들을 정리하다가, 아주 잠깐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동혁 씨의 편지를 받았고, 동혁 씨 상상대로 정말 행복한 예비신부처럼 활짝 웃음 지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제가 전후좌우 설명 없이 그냥 제 증세만 설명해서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네요. 저의 그런 현상 저만 특별히 겪는 것은 아녜요. 많은 예비신랑 예비신부들이 겪는 증세라고들 하지요. 그래서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라는 그런 우울한 상태를 일컫는 전문용어까지 있을 만큼요. 저는 그래서 그런 증세를 어제 동혁 씨가 그렇게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책하며 괴로워할 줄 몰랐답니다. 어쩌면 동혁 씨 또한 메리지 블루 결혼 전 우울증후군을 겪고 있을 거라고 단정해 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동혁 씨는 그런 메리지 블루조차 없이 설렘만으로 우리들의 결혼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니. 지금의 제 마음이 한결 가볍고 행복하네요. 의기소침 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우쭐해질 정도로요. 그런 의미에서 동혁 씨는 참 용감한 사람이에요. 앞으로 닥칠 적지 않는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조차 없이, 동혁 씨처럼 건전하게 앞으로 발길을 내 딛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어디 그 뿐인가요. 용감한 편지 덕분에 그동안 살금살금 저의 설렘을 갉아먹었던 결혼 전 우울증마저도 날려버렸으니, 용감한데다 현명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두려움 없이, 2주일 후를 기다릴 수 있게 됐어요. 내일은 예비 신부답게 활짝 웃는 얼굴로 나갈게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110일 방송> b.

 

2.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다(18-27)”을 읽었습니다. 기도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기도의 응답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깨달음으로 알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기도의 여운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애시당초 응답받을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교우의 간증입니다. 하도 가난한 출생이라 부족한 게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도의 제목을 정하고 오래 기도하였는데, 일기장을 들추다가 자신이 기도 제목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발견하였는데,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그 제목까지 다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칸을 주실 것. 둘째, 아무리 궁색해도 대학은 졸업하도록 해 주실 것, 셋째, 노래를 좋아하니까 근사한 피아노 한 대를 주실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일기장 때문에 자신의 기도가 벌써 오래전에 다 이루어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너무도 자상하고 정확하게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라고 감사하였습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이루어졌고 무엇이 미결상태인지 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꼭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소원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형편과 처지에 알맞게 응답하신다고 말입니다.

   진정성 있는 기도 몇 마디 때문일까요? 하나님의 차갑고 굳었던 마음은 봄눈처럼 녹아내렸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말씀하십니다. “이제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너희에게 주리니, 너희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그것만이 아닙니다. “흙아, 그리고 짐승들아 두려워말라. 시온의 자녀들아 너희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뻐 뛰. 내가 너희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리.”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용서하실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친절하게 그런 은총의 길을 하나하나 알려주시기까지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려고 힘쓰고 애쓸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품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제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은 순진이와 여을인데, 다 암컷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합니다. 제가 움직이는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리 가서 다음 과정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저희 둘이 장난을 치거나 놀 때를 제외하고는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이 타기 전에 물그릇에 물을 채워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합니다. 산책을 나설 때는 앞장서기 보다는 옆이나 뒤에서 저를 따라옵니다. 힘센 개들이 나타나면 틀림없이 저를 쳐다보며 안기려고 합니다. 제가 하나님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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