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18(2020. 11. 11. 수요일).

시편 시 113:7-9.

찬송 48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름 씨 에게> 어제 나름 씨와 헤어져 돌아올 때,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나름 씨를 만나러갈 때는 바람 구두라도 신고 있는 사람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그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올 때의 마음은 무력감이 젖어 있었지요. 행복한 에비신부여야 할 나름 씨가 그렇게나 겁먹고,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모두가 다 내 탓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쓸쓸하게 웃으면서 왠지 날마다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고, 도망이라도 가고픈 심정이라고 말 할 때는, 저 역시 겁이 덜컹 날 정도였으니까요. 내가 좀 더 강한 사람이고, 더 안정된 사람이었다면, 나름 씨가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텐데 싶으니까, 많이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밤새 뒤척이면서 자책도 해 보고,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 고민도 해보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 참 대책이 없더군요.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전 이렇게 나름 씨에게 편지를 쓰네요. 저라는 사람은 그다지 용감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는 거 너무도 잘 알지만, 나름 씨와 함께라면 어쩐지 좀 더 용기 있게 이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길 것 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저 설렘만 가득한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2주일을 헤아려 나가고 있답니다.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제 마음 한 번도 나름 씨에게 직접 말해 본 적 없지요. 그런데 글로 쓰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 조금 쯤 편하네요. 나름 씨, 오늘은 마음이 많이 가벼워 지셨나요? 행복한 예비 신부답게 활짝 웃는 나름 씨 모습 상상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110일 방송> a.

 

2. “돌아오라(12-17)”을 읽었습니다. 서원 기도라는 것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80년대 신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을 인터뷰하면 많은 이들이 지원 동기를 물으면 부모님의 서원기도 때문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서원기도는 구약의 입다와 같이 대부분이 조건부 기도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애먼 무남독녀를 제물로 바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11:30-40). 이렇듯 일상생활은 물론 신앙생활까지 순수하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진정성 있는 회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나 제나 가식적인 회개가 많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옷을 찢는 회개가 아니라 심장을 찢는 회개를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요엘 선지자는 자신이 하나님인양 허풍을 떨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혹시 마음을 돌이키시어 재앙을 거두시고 복을 내리실지 그 누가 알겠느냐?”고 권합니다. 신앙이란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일일 뿐, 인간의 희망사항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보증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신앙이란 하나님의 마음이나 행동을 간섭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선지자 요엘은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옷깃을 여밀게 합니다. 노인들로부터 어린아이들까지 심지어 신혼부부까지 성회에 나오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당신의 백성을 불쌍히 여겨 주시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게 하여 주시라고 빌고 있습니다. 기도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하듯 욱박지르는 것도 아니고, 맡겨놓은 것 내 놓으라는 식으로 큰소리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비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주야장천 외치는 주기도문의 제4기원,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역시, 하나님은 그 옛날 유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듯,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분이신 것을 자신들이 기억하고 있음을 알리는 고백일 뿐이어야 할 것입니다. “청구서, 일금 2,300, 내역 학용품 등, 아버지 형편이 되시면 주세요.” 제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에 제게 내민 청구서인데, 아버지 형편 운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의 뜻이거든이라는 말로 하나님께 내민 청구서에 부기(附記)하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기도라 믿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