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758호(2022. 8. 13. 토요일).
시편 시 91:1-3.
찬송 48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눈을 감고 어떤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그 사람의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 사람과 같이 나눴던 말들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맺고 삽니다. 흔히들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만나서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보통 인연이 아니지요. 그리고 인생의 어떤 시기에 희망과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있어서, 오늘 하루도 결코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말랐던 나에게 샘물과도 같았던 사람, 어두웠던 시절에 등잔 같았던 사람,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7년 8월 13일 방송>
2. “권위에 대한 복종(1-7절)”을 읽었습니다. 권위가 실종된 시대라고 말들 합니다. 독재시대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강아지 부르듯 하는 세상을 살면서 이게 민주시대의 특징인가 하는 의문을 갖곤 합니다. 자연히 부모나 선생 그리고 목사의 권위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권위에 복종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를 모든 권위는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우선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권위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첫째는 모든 권위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혹은 허락하신 것)이라는 점입니다(1-2절). 둘째는 권위자는 선과 악을 관리하기 위해서 세우셨다는 점입니다(3-4절). 셋째는 권위자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4-7절). 1970년대 유신헌법이 서슬 퍼런 시대에 당시 총리였던 김종필 씨는 국가 권력에 따르라며 이 성경구절을 인용하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만 인용했습니다. 바로 1-2절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합법성을 내세우면서도 이 성경말씀을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3-7절을 다 인용하고, 맥락적으로 주장했어야 옳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 본문을 달달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던 기독교 지도자들 역시 김 씨의 부분적으로만 인용한 주장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이 수긍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권위란 사회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을 의미하며, 이를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3가지로 구분했는데, 이성적-합법적 권위,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권위라는 말과 권력이라는 말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용하는 강제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권위는 자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고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치적이건 종교적이건 자발성이 배제된 강제성을 띤 것이라면 권위가 아니라 권력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신헌법 시절의 지도자들은 권위가 아니라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이며, 동시에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종교지도자들 역시 권위자가 아니라 권력자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권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인주의가 발달한 21세기에도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권력자들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마다의 무거운 삶의 문제들을 대신 풀어줄 신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때문일 것입니다. 그 현상이 트럼프를 선택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가장 책임적이어야 할 우리 인간들이 이를 타인에게 떠넘기려는 그런 의존적인 자세야 말로 우리가 경계할 오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받은 권위라고 한다면, 그는 하나님의 뜻과 말씀을 먼저 따라야 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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