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37(2023. 5. 19. 금요일).

시편 시 139:16-18.

찬송 36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 2003년 작고한 시인 조병화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는, <조병화 시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인 조병화는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한 후에, 창작시집과 수필집 등 무려 160여권의 저서를 통해서, 문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로 일본 원정까지 다녀올 정도로 럭비를 좋아했는가 하면, 그림도 참 그렸다고 하지요. 여러 번의 개인전도 열기도 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여백들을 넉넉하게 살린 담담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조병화 시가 지닌 분위기를 마치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말이지요.

    “여름의 들녘은 진실로 좋을시고. 일찍이 일러진 아름다운 비유가, 적절히 구름 흐르는 땅 끝까지 이루어져. 이 강에 넘치고 두렁에 흐르고. 골고루 골고루 잎새는 빛나고. 골고루 골고루 이삭은 영글어. 메뚜기 햇빛에 뛰고, 잠자리 바람에 날고. , 기름진 축복의 풍요하고, 다시 원할 바 없도다.”

    조각구름이라는 뜻을 지닌 조병화의 호 <편운>과 참 잘 어울리는 시가 아닌가 합니다. 시인 조병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베레모와 파이프 담배지요. 싫은 사람들과는 악수를 하기가 싫어서, 수해동안 그냥 아무 말 없이 피해 다녔다는 일화를 통해서도 시인의 마음이 모질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의 시는 생의 숙명적인 고독과 슬픔을 쉬운 시어로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만년에 시인은 자신의 생을 이삭을 주워 모으는 일과 같다고 표현을 했지요. 시인의 말처럼 긴 들녘에서 흩어진 이상을 주워 모으는 농부의 소박한 미소가 시의 분위기를 통해서 연상되기도 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519일 방송>

 

2. “위대한 대사제이신 예수(4:14-5:6)”을 읽었습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의 신앙이 흔들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떤 특별한 신앙체험을 가진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다르지 않다는데 문제가 심각합니다. 저의 바로 밑 동생은 오른 쪽 무릎 오금장이에 큰 물혹이 있었는데, 식구들이 부흥회에 참석하면서 자기보고 집을 보러 남기고 갔는데, 어린 생각에 다른 식구들은 다 천국에 가고 자신은 지옥에 가라는 것이냐며, 담을 넘어 교회에 왔는데, 그날 자신도 모르게 물혹이 말끔히 없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밑의 여자 동생은 어느 집회에서 방언을 하게 되었다며 아무리 오래 기도해도 피곤치 않고 기쁘기만 하다며 조심스럽게 목사인 제게 속내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격은 잠시 머물러 있을 뿐, 여전히 신앙이 흔들릴 때가 많다 고백하였습니다. 저는 평생 설교자로 살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이란 길고 긴 유대광야 생활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기적들을 경험하였으면서도 신앙이 흔들리다 못해 우상숭배자들처럼 살았을까를 궁금해 하였습니다. 모세가 그랬듯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하심을 맛볼 수 있지 않는 한, 우리가 의지하는 하나님께서 동행하심을 의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른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신앙이란 우리들 인간의 자기 기대와 만족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의지에 맡기는 일이 그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신앙이란 우리들 인간의 뜻대로 성취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뜻과는 정반대일 수도 있는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맡겨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하나님께서 어떤 삶을 살도록 하실지 전혀 알 수가 없다네.”라는 신앙심이 돈독하다는 스승의 고백을 가장 신앙심이 깊은 표현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평생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다던 마더 테레사는 임종 직전에도 신앙이 흔들리고 있다 고백했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거듭 거듭 당부하는 히브리서 기자의 권고에 귀를 기우려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늘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분에 대한 신앙을 굳게 지킵시다. 우리의 사제는 연약한 우리의 사정을 몰라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 유혹을 받으신 분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용기를 내어 하나님의 은총의 옥좌로 가까이 나아갑시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받아서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4:14-16). 그렇습니다. 신앙이란 우리 자신의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애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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