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2000.12.25, 주님의 성탄일)
성경말씀 : 사 62:10-12.
찬송 : 115장.
제목 : 깃발을 꽂으라!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 성탄 아침입니다. 성탄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주변에 두루 충만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성탄의 주제는 천사들의 노래(대 영광송/그롤리아 인 엑셀시스)에 잘 나타나고 있듯이,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위의 사람들에게는 평화”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일을 저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평화롭게 어울리는 것이라는 말에는 동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섬길 수 있다면, 그리고 더불어 사는 이웃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면, 그런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은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금 성탄절의 의미가 우리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오늘 아침의 묵상 본문은 성탄절의 구약 봉독문에서 택하였습니다. 성탄절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보입니다만, 사실은 성탄절의 정신을 잘 들어내 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들이 성문으로 나가는 것은, 그곳이 사람들이 신앙적인 모임을 갖기에 적합한 장소인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히 백성들이 공개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이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그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성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서, 다음으로는 대로를 만들기 위해서, 돌을 제하기 위해서, 그리고 만민을 위해서 기를 들기 위해서라고 말씀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오실 길을 예비하는 소리꾼으로 자신을 소개한 일이 있지만, 백성의 길을 예비하라는 말씀은 낯선 말씀입니다. 성문에 백성들을 모으는 이상의 여러 가지 목적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것은 백성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사명을 감당하라는 말씀입니다. 그 중에서 “만민을 위하여 기를 들라”는 말씀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4. 우리 나라에서는 깃발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독일 같은 나라는 깃발의 나라처럼 생각됩니다. 가는 곳마다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긴 장대 끝에 높이 달린 깃발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것도 주변에 수 십개가 펄럭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그 깃발이 여러분 자신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할 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깃발은 여러 가지 의미를 줍니다. 어떤 공동체의식을 줄 수도 있고, 승리의 약속을 다짐하게도 하며,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용감하게 앞으로 진군해 나가기를 촉구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깃발은 잠잠하고 무의미한 삶을 흔들어 깨워주는 좋은 상징적인 도구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을 향해 나갈 때, 각 지파마다 자신들의 기를 앞세우고 행진했을 뿐 아니라, 그 깃발 아래 그들의 자리를 구별하였습니다(민1:52, 2:2-34).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를 공포할 때는 반드시 기를 세웠습니다(렘52:2). 또한 하나님의 승리를 확신하도록 기를 세웠습니다(시20:5, 렘51:12). 오늘 성탄절에도 기를 세워야 하겠습니다. 

5. 첫째는 회개의 기를 세웁시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되는 첫 단계는 옛 생활을 끊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회개이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옛 생활 가운데 어리석고 부끄러운 것들을 과감하게 내던지는 일, 그리고 전혀 반대되는 길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우리는 회개할 것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의 틀을 회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만이 새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조금 넓고 크게 생각하고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내 생각의 틀 안에서 벗어 나오지 않는 한, 가족이나 이웃 그리고 하나님을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는 소망의 기를 세웁시다. 우리 성도들이 가진 소망은 일신의 영달이나 야망의 성취를 향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소망은 평화의 세상을 만들려는 꿈입니다. 평화로운 가정, 평화로운 마을, 평화로운 나라, 평화로운 세계를 꿈꿔야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평화는 이 세상 안에서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소망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지켜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이런 소망의 깃발을 항상 세워두시기 바랍니다.

셋째는 승리의 기를 세웁시다. 때때로 “이렇게 살아도 되나?”와 같은 질문을 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보처럼 살고 있는 때문이며, 잘못 살고 있다는 자책 같은 생각에서 그랬을지 모릅니다. 저도 여러 차례 대학 시험에 낙방한 후,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논밭을 오가면서 수도 없이 던졌던 질문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실패자의 인생을 산다고 생각될 때가 있을지 모릅니다. 바로 여러분들에게 승리의 깃발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승리하는 삶을 살도록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누르고 위로 올라가는 것이 승리가 아니라, 참 승리란 모든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이 세상에 승리의 인생을 살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제 친구중에 왼쪽 팔 하나가 잘려 의수를 단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항상 밝게 생활하였습니다. 한 쪽 팔만 가지고도 승리의 삶을 살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호주 시드니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지금은 중앙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사는 한 승리하지 않을 인생은 하나도 없다고 믿고, 이 승리의 깃발을 그의 가슴 한복판에 꽂고서 살았던 것입니다.

6. 깃발을 세우는 것은 여러분이 해야 할 몫입니다. 누구도 여러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늘 성탄절에 우리에게 오신 주님은 여러분에게 이런 가능성을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은 회개의 깃발을, 소망의 깃발을 그리고 승리의 깃발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것을 아기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기대하고 계십니다. 우리 주변의 슬픈 얘기들은 이렇듯 가슴을 흔드는 깃발을 세울 이유와 방법을 몰라서 생겨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큰 소리로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구주가 오셨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깃발을 세우는 성탄절을 만드시길 기도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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