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2000.12.26, 화요일)
성경말씀 : 벧전 2:13-17.
찬송 : 518장.
제목 :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 성탄절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저는 목사인 때문에 교회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삶의 자리와는 많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에는 새벽찬양을 돌지 않았기에 조금은 덜 분주했지만, 여느 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축하 발표회에서 박수를 치고, 하는 등등이 성탄절을 기념하는 일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여러분처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쪽에 대해서 바램이 있습니다. 성탄절은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에 하나님의 아들이 오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이웃들이 태어난 생일을 기념하듯 예수님의 생일 잔치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거나, 이런 저런 행사에 들떠 요란을 떨거나,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쓰는 기회 정도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시간적으로 성탄과 관계된 행사위주의 일들을 하기에도 정신없습니다만, 여러분은 좀 다르게 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성탄의 정신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예배에 참석합니다. 그 다음에는 평소에 나누고 싶었던 연약한 이웃들을 찾아가서 식사도 하고, 그들의 얘기도 들어주고, 필요한 이에게는 이것저것 준비한 선물을 나누기도 하고. 다시 말하면 성탄의 정신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있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평소엔 괜찮은 생각이 많이도 스쳐지나 갔지만, 마음 먹은 대로야 살순 없지 않습니까? 성탄절이 이런 괜찮은 생각들을 사랑과 섬김에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지요.
3.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성도들의 사회 생활에 관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혹은 바른 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 성도에게 주어진 힘든 과제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저와 같은 목사는 사회 생활이 얼마나 낯선지 모릅니다. 조금은 바보스럽고, 어느 경찰청장의 말처럼 “얼빵한” 그런 경우를 많이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의 삶의 자리중 대부분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사회 제도나 관습 같은 것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과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두 가지 기준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울(?)지도 모릅니다.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듯, 교회에 와서는 교회 법을, 세상에 나가서는 세상 법을 따르는 것 말입니다. 본문에 있는 말씀처럼 악행 하는 자에게는 징벌을, 선행하는 자에게는 포장(혹은 포상)을 하는 것이 우리 성도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일이라는 말입니다. 형제의 잘못을 용서하고 허물을 감싸야 한다는 덕목을 들어온 우리들이, 이웃의 잘못을 들춰내고 비난하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귀가 닳도록 들어 온 성도들이 뭔가 조금 잘했다고 상을 주고받는 것들이 역시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사회에서는 얼마나 철저하게 잘 지켜지고 있는 덕목인지 모릅니다. 저는 우리 신앙인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나 도덕관이 훨씬 더 심오하고 훌륭하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가진 높은 도덕관을 사회가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시행하고 있는 포상이나 징계 제도에 대해서 이해하는 눈 높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가끔 그런 생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 기독교인들의 윤리관은 세상 사람들의 것보다는 한 단계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가 가진 신앙에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우리 교회가 사회 제도보다도 더 뒤떨어진 그런 윤리관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였습니다. 어느 목사님이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 무슨 채권인가를 위조하는 주범이 되었다고 한다던지, 어느 목회자의 부인이 명동의 큰손이 되어서 두 세 개의 종금사를 쥐고 흔들었다는, 그 결과 나라를 시끄럽게 한 사건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자기 자식을 부정 입학이라도 시키려고 발버둥치는 일에 기독교인이라고 예외가 아닌 듯 하고, 대박을 꿈꾸는 투기에까지 기독교인들이 깊이 개입하고 있는 것 등은, 기독교인들의 윤리나 가치관이 세상 사람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성탄절을 기해서 어느 신문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불우한 시설을 돕는 이들은 전체의 75%이상이 기독교회이거나 기독교인들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자칫 기독교인의 가치관이 세상 사람들이 보이곤 하는 이중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마저 갖게 합니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이 낫다.”는 식 말입니다. 부도덕한 수단이지만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방하다는 사고는 윤리관이나 가치관의 혼돈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 때문입니다.
5.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 말의 근거가 되는 구절입니다(17절). 사회 질서나 제도의 근간 역시 두려움의 대상이 있고, 함께 사랑을 나눌 대상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동양 도덕관입니다. 비록 자신 보다 아는 것이 적고, 힘이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윗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 질서를 위해서나 사회 윤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인격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의 우열이나, 힘의 크기로 사람의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만이 사회 질서나 제도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은 이런 높은 윤리와 가치를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기독인들이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윤리적인 덕목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지 않고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결심이나 다짐만으로는 안됩니다.” 지금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이런 덕목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그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기독인은 이 세상이 이상 사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헛된 수고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가 오지 않을지라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데 에는 이의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왕노릇하실 세상은 분명히 그런 높은 윤리와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때로는 안돼는 줄 알면서도 낙심하지 말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그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듯이 말입니다.
6. 연말을 지혜롭게 보내시길 기도 드립니다. 한 해를 정리해 보는 시간이나, 소원(疏遠)했던 이웃에게 따뜻한 덕담이나 인사를 드리는 기회를 만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을 격려하십시오. 너무 모자란 것만 들춰내지 말고, 그래도 신통방통한 점이 적지 않다고 힘을 실어 주십시오. 그래야 기운차게 새해를 설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시는 우리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성탄절 기간을 유익하게 보내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보다 약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찾아보시는 기회도 만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계시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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