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429(2024. 6. 14. 금요일).

시편 시 69:10-12.

찬송 34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동묘의 청계천 서점에서 요리책 <백년 명가>를 집어 들었다. 새 책인데 15,000원 짜리가 5,000원이라 해서 마음이 동하기도 했지만, 요즘 부엌일을 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갈등 없이 구입하였다. 펼친 페이지가 보리밥 검사라는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당보리밥/ (중략)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끝 소절을 보리밥 먹는 사람 방귀 잘 뀌네로 바꾸어 부르곤 했다. 정부가 권장한 혼 분식 장려 정책 때문에 모든 음식점에서는 보리쌀 등 잡곡이나 분식류를 25%이상 혼합해야 했고, 학생들은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략) 그런 천덕꾸러기 보리밥의 위상이 달라졌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으로 손꼽히는가 하면,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미용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 참고 1967-1976년까지 정부가 혼 분식 시책을 행정명령으로 하달.

    세월이 흐르다보니 보리밥 개벽 시대가 되었다. 나도 요즘 밥을 지을 때 흰쌀에 보리쌀, 검정쌀, 찹쌀 등을 섞는데, 씹히는 맛이 있어 좋고, 기분상 건강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농사를 지어본 이들이라면 보리쌀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모른다. 보리는 그 특유한 까칠한 껍질 때문에 보리 베기부터 탈곡과 방아 찧기까지 그 껍질을 조금이라고 얼굴과 등에 달라붙으면 가렵고 씻기도 힘들었었다. 그러나 그 아련했던 추억이 금세 그리움으로 바꾸어진다.

유지상, 백년명가, pp.89-90. 박성완, 24. 6. 12.

 

2. “물 위를 걸으신 기적(22-33)”게넷사렛에서 병자들을 고치신 예수(23-36)”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기적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예수님에 대해서 그리고 성경에 대해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이나 기록하시는 분 그리고 읽거나 듣는 분 모두가 거북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굳이 변명하자면, 이런 기적이야기를 누군가 앞에서 하게 된다면, 저는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는 뜻이어서 그렇습니다. 기적이야기의 본질은 하나님이 하나님이심을 증명해 보이시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말하는 입장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 없음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가 되니 그렇습니다. 출애굽기와 민수기에서 40년이란 광야 생활에 대해서 일기를 쓰듯 기적 이야기를 기록한 목적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믿음을 가져라고 말씀하는 때문입니다. 오병이어로 5천명을 먹인 어제의 이야기나, 물 위를 사뿐 사뿐 걸어오신 예수님 이야기는 모두 이 이야기를 들으며 주님의 능력과 은총을 받으라고 말씀하고 계신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미안한 생각 죄송스러운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시겠습니까? 아직도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때문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우리는 여전히 믿기 힘들어 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다른 주님을 보는 때문입니다.

    한 밤중에 물위로 걸어오신 주님을 본 제자들의 첫 반응은 유령이다.”는 소리였습니다. 물위로 걷는 일은 유령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때 주님은 나다. 안심하여라.” 였습니다. 유령이 아니라 주님이셨습니다. 겁내고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고 감사할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당장에는 두려움이 먼저이고 사랑이나 감사는 떠오르지도 않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제자들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잔상으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풍랑이 일고 거센 풍파가 이는 세상 한 복판을 지나가면서 수도 없이 떠오르는 모습이었을 것입니다.그리고 제자들은 작은 소리로 읊조렸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묵묵히 짊어진 무거운 멍에를 다시 한 번 추스르며 끈을 당길 것입니다.

 

3. 저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2일 항암치료를 위한 제반 준비를 마치고 17일부터 26일간 매일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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