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430(2024. 6. 15. 토요일).

시편 시 69:13-15.

찬송 35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을 통해서 뭔가 대단한 업적을 남기려고 한다. 남다른 장학 사업이나 봉사단체를 세워 무엇인가 공헌했다는 이름을 남기려 한다. 그러나 어쩌면 부질없는 일인지 모른다. 이런 공명심/功名心과는 다르게 또 다른 공명심/公明心이 있는데, 사사로움이나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명백한 마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어서다. 7대째 목사를 이어온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R. W. 에머슨(18031882), 8살에 아버지를 잃고 고학으로 하버드 대학 신학부를 졸업하였는데, 그가 남긴 말은 그래서 더 우리에게 심금을 울리는 것 같다.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당신으로 인해 웃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 때문에 희망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흔적이 누군가의 가슴에, 누군가의 입가에, 누군가의 심장에 새겨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이다. 희망씨, 가슴에 새기는 한 줄 명언, p.208.

 

2. “유대인들의 전통(1-20)”을 읽었습니다. 엊그제 단오절 행사가 있었습니다만, 우리 조상들은 농경사회의 지루함과 고달픔을 달래기 위해서 이런저런 전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가령 오늘 본문에서 논란이 된 예수의 제자들이 음식 먹을 때에 씻는 전통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손 씻기 전통은 유대 사회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일 것입니다. 첫째는 위생상의 문제로 손을 씻었을 것이며, 둘째는 공동 식사의 예절로 자리를 잡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전통이란 오랜 관습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지키는 것이 공중의 안녕을 위해서 지극히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를 수는 있을 지언정, 비난이나 형벌을 받을 성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답으로 주님이 꺼내신 얘기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전통을 꺼내신 것입니다. 그것은 선하고 아름다운 동기였을 것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미국의 독일이민 가정에서는 거실에 단지가 몇 개 있었는데, 무엇이냐는 물음에 고르반 단지들이라고 했습니다. 추수감사절, 성탄절, 부활절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유명 절기에 생각나면 예물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절기와 관계된 감사할 일이 생기면 그 단지에 예물을 넣었다가 절기에 꺼내서 교회에 바치든지 아니면 선한 일에 사용한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한 출발이 시간과 함께 변질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본래의 선한 뜻을 곡해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형제 중 하나가 갑자기 어렵게 됐다며 부탁을 해왔을 때, 주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는 가진 것은 없고 고르반만 있다고 핑계를 대는 도구로 삼았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림이 되다는 뜻은 누구도 강제로나 억지로 힘들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관습과 전통도 얼마든지 악행의 도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고르반이라는 말만 할 뿐 실제 삶에서는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당시 사람들의 폐륜적인 모습을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예나 제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말 따로 삶 따로인 경우가 너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감동을 받고 기뻐하면서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데 심각한 고민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을 타는 유명인들이 그들의 말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오랜 습관이 마침내 전통으로 굳어졌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삶에 길들여졌을 테니 말입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학교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면, 그 부모님에게는 큰 효자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는 것이 축복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과 전통이 훗날 나쁜 일에 악용이 된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르반, 하나님께 드림이 되다 는 뜻의 전통은, 오늘 우리들의 신앙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습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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