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686(2025. 2. 26. 수요일).

시편 107:7-9.

찬송 473.

성경 룻 2:1-1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이솝 우화의 백미이다. 토끼의 자만심이나 거북이의 끈질김이 초점이라 할 수 있으나, 토끼는 거북이만을 보고 달렸고, 거북이는 최종 결승점을 보고 달렸다는 데 승패가 갈렸던 것이다. 우리는 목표지점을 제대로 보고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경쟁자만 의식하며 달리고 있는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2. “룻이 보아스를 만나다(1-13)”을 읽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나, 사람과 신과의 만남, 그 밖에 운명적인 만남과 같은 다양한 만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이런 만남을 약속되거나 의도적인 만남을 의미하는 meet와 우연한 만남을 의미하는 encounter로 구별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나오미의 둘째 며느리 룻과 베들레헴의 부자 보아스 사이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인 만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만남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만남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경우에만 그 만남들은 가치 있는 것이 되고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나오미와 룻은 거지 신세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그들을 내치지 않고 보듬어 주었습니다. 마침 보리를 수확하는 철이어서 룻은 보리 이삭이라도 줍겠다고 시모에게 청했고, 시모는 허락했는데 공교롭게도 남편의 일가인 보아스의 밭이었습니다. 보아스는 베들레헴에서 자기 밭에서 추수하는 것을 감독하기 위해서 왔는데, 전통적인 유대인의 인사를 일꾼들과 나눕니다. “야훼께서 자네들과 함께 하여 주시기를 바라네.” 그러나 일꾼들은 야훼께 복을 받으십시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아스는 젊은 여인 룻이 눈에 띄어 묻습니다. “저 젊은 여인은 누구인가?” 나오미와 함께 모압에서 온 여인이라고 하며, 이삭을 줍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들어주었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앉지도 않고 일하는 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아스는 롯을 불러 다른 사람 밭에 가지 말고 내 밭에서 이삭을 주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머슴들이 성가시게 하지 않도록 일러놓겠다고 하면서, 네 시모를 극진히 섬기는 이야기며, 자기 고향을 버리고 낯선 시모의 땅에 와서 고생하는데, 하나님께서 어찌 갚아주시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목이 마르거든 머슴들이 길어다 놓은 항아리에서 물을 마시라고 권합니다.

    유대인 뿐 아니라 아랍 세계에서는 수혼법이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형의 아들을 낳아주는 전통일 뿐 아니라, 친족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책임지고 돌봐주는 것 까지도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오미의 시댁으로 가장 가까운 친족인 보아스는 나오미의 가정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어떤 절망 속에서도 기적 같은 희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전해주고 있는데, 나오미와 룻의 가정을 통해서도 이를 배우게 됩니다. 제가 은퇴를 하고 고향에 가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바로 아래 동생에게 속내를 비쳤을 때, 동생 장로는 한 마디로 그러지 마십시오. 이곳은 형님의 고향이긴 하지만, 이제는 말벗이 될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망해서 찾아오는 고향처럼 여길까 생각되니, 살던 곳 주변에서 여생을 보내십시오.”라고 권했습니다. 그 동생의 말이 지금도 얼마나 고맙게 생각되는지 모릅니다. 늙고 병들어 고향을 찾는 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서글퍼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오미의 경우를 보면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에서 지치고 낙담했을 때, 내치지 않고 받아주는 곳은 고향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고향에는 또 다른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붙잡을 수 있는 곳은 고향의 산과 강 그리고 낯익은 얼굴들이었다고 말입니다. 고단한 삶을 짊어지고 헤매는 나오미와 룻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평안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봐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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