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5346(2016. 1. 5. 화요일).

시편 시 35:14-17.

찬송 15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사를 몇 번쯤 하셨는지요? 혹시 이사라는 건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분도 계실까요? 서울 같은 대 도시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태어난 집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이사도 없이 그대로 사는 분도 없지는 않겠지요. 그런 분들은 행정상으로 주소나 전화번호 방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성인이 된 뒤에도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가끔씩 뜻밖의 전화를 받기도 한답니다. 초등학교 앨범 주소록을 보고 설마하면서 전화해 본 거라면서, 그런데 맞다니, 그런데 아직도 그 옛날 주소며 전화번호가 그대로라니 전화를 건 사람이 더 신기해하는 일도 더러 겪곤 한답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한 번도 이사를 해 본적이 없는 분들에겐 때론 남들은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이사가 큰 소원 중의 하나가 됩니다. 삼십대의 자유기고가인 최현미도 그랬습니다. 그녀는 포항에서 태어나서 20여년이 되도록 태어난 그 집에서 그대로 자랐지요. 그러니 학창시절에 가진 꿈 중의 하나가, 집과 가능한 한 먼 곳에 가서 살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면서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지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기숙사에서 살게 된 겁니다. 그러니 생의 처음으로 이사를 하는 일도, 이사를 하고 난 뒤의 기숙사 생활도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612일 방송>a.

 

2. 죽어가는 가족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참 못할 일입니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서 살려보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마리아와 마르다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분처럼 늑장을 부리십니다. 딱히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을 허비해 버리고 죽게 내버려 두신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오라비 나사로가 죽은 지 나흘이 훌쩍 지나서야 그들의 마을을 찾은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퇴선명령을 내려야 할 시간에 오히려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엉뚱한 명령을 내림으로, 4백 명이 넘는 귀한 생명들이 살아볼 생각조차 못하고 철벽갇혀 생명을 잃었던 것입니다. 선장 이준석은 무기징역형을 받았고, 그 골든타임을 확인하고 지휘해야 할 최고 통수권자의 7시간을 문제 삼은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 지국장 가토는 예상대로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유병언만 잡으면 그나마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던 공약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싸늘한 시신과 두 개의 가방에 나눠담은 도피자금이 전부였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치면 나사로의 죽음도 정색을 하고 따져볼 말씀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본문은 오라비를 잃은 마르다와 마리아를 조문오신 주님과 마르다의 대담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넋을 잃은 듯 보이는 마르다는 그 골든타임을 끄집어냅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면”, 마르다는 그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을 떠올립니다. 그 뒤에 나눈 얘기들은 마르다의 처지에서는 그냥 나오는 대로 했던 말로 들립니다. 부활에 대해서, 영생에 대해서, 그리고 믿음에 대해서 했던 마르다의 말들 말입니다. 절망과 슬픔으로 까맣게 쪼그라든 마음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팽목항에서 1시간 넘게 떨어진 현장에서 가진 1주년 추모기도회는 여전히 높은 절망과 죽음의 파도가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은 지 나흘이나 된 악취로 가득한 나사로의 무덤에서는 새로운 삶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나사로의 무덤을 추억하면서, 골든타임이란 우리들 인간의 한계를 말할 뿐, 주님께는 오히려 인생의 모든 절망과 죽음을 흔들어 깨우는 또 다른 은총의 자리며 기회였음을 확신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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