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5347(2016. 1. 6. 수요일).

시편 시 35:18-21.

찬송 8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첫 이사를 통해서 얻은 그 신기함과 즐거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다란 고역이 됩니다. 기숙사를 나온 뒤부터는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일부터, 계약이며 이사까지를 혼자서 다 해결해야 했는데, 처음 몇 번은 그것도 굉장히 어른스러운 일을 하는 듯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이사를 위해 15년 동안 100군데가 넘는 부동산 소개소를 다니면서, 그리고 마음에 드는 집이나 방을 찾아서 300곳이 넘는 집을 보고, 열일곱 번의 아사를 하면서 완전히 지쳐버립니다. 나중에는 서울에 집이 있어서 이사를 다닐 필요가 없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합니다. 문득 한 여행 잡지사 기자가 떠오릅니다. 그야말로 오랫동안 여행이 직업이 되길 꿈꾸며 살았었지요.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여행 잡지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곳들을 여행할 수 있게 됐지요. 물론 일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그 역시 무조건 좋았다고 합니다. 친구들도 마냥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언제부턴가 차츰 출장을 위한 여행 가방을 챙기는 게 부담스럽고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여행에 진정한 적성이나 관심이 있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저 남들이 다들 여행이라면 무조건 대단한 것처럼 말하니, 자신도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꿈을 갖고 따랐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직업과 직장을 바꿀 예정이라고 합니다. 늘 정해진 길을 따라서 출퇴근을 하고,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는 직업과 직장을 가질 생각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과 삶을 답답한 듯 말하지만, 그는 이제 누가 뭐래도 자신에게 맞는 건 그런 생활이라는 확신으로, 기어코 그쪽 방식의 일터와 생활로 옮겨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사를 하고 여행을 하는 이동은 일상 속에서 굳어버리고 무감각해 진 우리들의 마음과 감각을 새롭게 신선하게 일깨우고 되살아나게 하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 이동이 오히려 비로소 한 곳에 머무르는 이동 없는 정착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니 여행을 꿈꾸거나 떠나는 이들이 더욱 늘어가는 속에서도, 올해는 잦은 이사나 여행 끝에 오히려 한 자리에 오래 영원히 머무는 정착이 꿈이 된 분들 또한, 그 꿈을 꼭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612일 방송>b.

 

2.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을 비판적인 눈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이성은 무조건 믿는 것을 허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은 마태복음서 기자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기록하려고 하였을 때, 예수님의 주변부를 관찰하였을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의 시각은 물론 일반 대중들 그리고 역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서 예언자들의 기록들까지 들춰내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들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망라해서, 할 수 있는 한 객관적인 모든 자료들을 다 동원하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의 내용도 그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태복음서 기자의 정보망에 포착된 예수님은 매우 위태로운 형편이었습니다. 유대교의 지식인이라 하는 바리새인들의 미움을 살 뿐 아니라, 오히려 죽여 없애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는데도, 예수님은 잠시잠깐이라도 몸을 숨기고 활동을 멈추는 게 아니라, 수많은 병자들을 하나하나 다 고쳐주시면서 복음을 전하셨고,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그가 기억하고 있는 이사야의 말씀과 너무나 일치한 모습이었습니다(42:1-4).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종은 성령으로 충만한 분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말씀하시고, 다툼은 피하고 큰 소리조차 내지 아니하시고, 대신 상한 갈대조차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조차 끄지 않고 정의를 승리로 이끌어 가셔, 마침내 온 세상이 그 이름에 희망을 걸게 하실 분이라고 말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은 바로 예수님을 향한 말씀이었다고 말입니다. 별 볼일이 없는 인생, 한 번도 성공해 본 일도 없는 인생들까지도, 그 존재자체 만으로 존중받을 만 하다고 사랑하신 분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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