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24(2020. 11. 17. 화요일).

시편 시 115:12-15.

찬송 41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내 동생 진주에게> 네가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에도, 아무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전화를 끊었을 때, 화가 많이 났구나, 생각했었어. 너 못지않게 나도 손을 꼽아가며 그 날을 기다리기도 했으니. 그 실망감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지. 그래서 실망도 하고 화도 많이 난 네 마음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궁리를 하고 있던 참이었단다. 그러던 차에 네 편지 받고 정말 기뻤어. 넌 가끔 날 일 중독자라고 놀리곤 했지? 언니는 일중독이라고, 때로는 가족보다 자식들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에 대한 책임감은 곧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싶어. 물론 내가 나 한 사람만을 책임진다고 해도 우리는 일을 해야만 살 수 있지 않니? 하지만 힘들고 쉬고 싶어질 때, 일탈을 꿈꿀 때, 만약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면, 훨씬 쉽게 일을 놓아버릴 수 있을 거야. 밤늦도록 또는 새벽까지 잠을 아껴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가족과 자식 그들과의 미래설계에 대한 책임감일 거라고 생각해. 네가 고구마를 팔던 아주머니를 보면서 저절로 나를 떠올렸던, 고구마라도 쪄서 팔아서 살림에 보태려는 그 마음이, 아마 나랑 비슷해서 일 거야. 도시 사람 눈에는 몇 천 원 정도인 그 돈이, 자식들의 운동화나 옷으로 바뀐다는 생각에,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거겠지. 단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열심히 살기는 힘들 거야. 어쨌든 너무 억척스럽게 사는 내 모습이 조금 싫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던 네가, 나의 그런 모습을 어쩌면 이해할 수 있겠다고 말해 준 것, 정말 고맙다. “너를,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인 것 같애<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1117일 방송> b.

 

2. “하박국이 다시 항의하다(12-17)”야훼께서 다시 대답하시다(2:1-20)”을 읽었습니다. 기도를 멈출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호소해도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하던 일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끝없는 반복에서 지루하거나 기대치를 이루지 못했을 때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요즘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디언 기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기도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루지 못하는 기도란 없는 셈입니다. 어쩌면 인디언들이야말로 기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도란 한두 번 해 보는 생활습관이 아니라, 이룰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야 할 정신적 덕목이라고 말입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자신의 기도가 역풍을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탄원합니다. 아니 항의 수준입니다. 낯선 갈대아(바벨론)인을 재판관으로 세우거나 채찍으로 삼아 벌하시는 까닭을 따져 묻습니다. 눈이 밝으신 하나님이 배신자들을 못 본체 하시고, 악한 자들로 착한 자를 때려잡는 것을 보고도 침묵하느냐고 따집니다. 한편으론 하박국 선지자가 당돌하다 여길 수도 있으나 그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거침이 없이 달려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의외로 목청을 돋우시고 화를 내십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주의 말씀을 퍼 부으십니다. 그것도 다섯 번씩이나 말입니다. 남의 재물을 긁어모으고 남의 것을 전당잡아 치부하는 자들은 화가 있을 것이며(6), 저만 살겠다고 남의 등을 처먹는 자들에겐 화가 있을 것이라고(9), 죄 없는 사람의 피를 뽑아 성읍을 쌓는 자들은 화를 입으리라고 말입니다(12). 그리고 이웃에게 술을 퍼 먹여 곯아떨어지게 한 후 알몸을 보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며(15), 나뭇조각과 돌멩이를 보고 일어나라, 주무시라 말하는 자들은 화가 있을 것이라고(19) 말입니다. 이 저주의 대상들은 놀랍게도 하나님이 뽑으신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거룩한 사제직을 내다버리고 세상 사람들처럼 재물과 향락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해와 달이 제 길을 가듯, 하나님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길도 그래야 합니다. 농부는 땀을 흘려 곡식을 거둬들여야 하고, 빵을 굽는 이는 건강한 빵을 굽는 것을 기쁨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도자는 분수에 맞는 월급에 감사하며 나라 살림 교회 살림을 돌봐야 합니다.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어쭙잖은 말로 교훈하는 것은 죽은 나뭇조각이나 말 못하는 돌멩이에게나 하는 헛짓거리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제대로 살겠고 구원받겠느냐고 묻는 자들에, “의로운 사람은 그의 신실함으로 살리라.”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선언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의롭다 인정받는 사람은 하나님의 의로우신 말씀과 행동을 믿는 믿음으로 살 뿐이라고 루터는 해석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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